돌아온 문재인, 탄핵소추 변론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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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부인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그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그는 대통령 탄핵안 통과와 함께 급거 귀국했다.

文전수석은 지난 10일 태국 방콕에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원래 그는 다음날 티베트로 떠날 참이었다.

"상처 받지 않고 멀쩡하게 청와대를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만약 도울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오겠습니다"라며 자신의 사의를 받아들여준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도착 즉시 盧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화는 짧았다. 더 말을 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13일 盧대통령과 만났다. 盧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쉬게 해주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못 지키네요. 언제나 신세만 집니다. 변론을 좀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부탁이었다. 文전수석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혼자 잘 놀다 와서 죄송합니다. 대통령의 입이 돼 (탄핵소추)소송을 치르겠습니다."

여권 내에선 벌써부터 그의 컴백을 단순히 변론을 맡았다는 차원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의 참여정부 복귀라는 얘기다. 당초 文전수석이 떠날 때 핵심 측근들은 "길어야 6개월을 쉬겠느냐"고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열린우리당 측의)총선 출마 요구를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盧대통령이 그를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는 요지였다. 내보낸 게 아니라 잠시 숨겨주는 거라는 주장이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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