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장열리는가>下.무역흑자 98년까지 5백억弗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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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정치권의 수입확대 목소리는 요란스럽다할 정도다.
일본의 3개 연립여당은 지난달 30일 『94년 현재 국내총생산대비 2.8%선(약 1천3백억달러)인 무역흑자를 98년까지 1%대(약 5백억달러)로 줄인다』는 「수치목표」에 합의했다.자민당의 가토 고이치 정책조정회장은 NHK와의 회견 에서 『규제완화등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자가 줄지않으면 수출稅라도 부과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일본이 실제 무역흑자를 줄이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는 견해도 만만치않다. 超엔高 위기에 휩싸였던 올 1.4분기중 일본의 무역흑자(달러화기준)는 전년 동기보다 1.4%가 줄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다.하지만 이후 엔고행진이 주춤해지자 5월중 무역흑자는 다시 7.2% 늘어났다.
경영컨설팅社인 日「글로벌 시너지 어소시에츠」의 강동우(姜東佑)박사는 『내부적으로는 경쟁하면서도 밖으론 똘똘 뭉치는 일본기업들의 구습과 복잡다단한 유통구조등이 정부로서도 풀기 힘든 난제』라고 지적한다.실제 흑자가 줄기 위해선 무엇보 다 기업들이움직여야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일본 기업들은 업계 자율방식의 각종 제품표준과 상호 납품관계등을 통해 자유경쟁 논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특유의 「울타리」를형성하고 있다.
또 전근대적이고 복잡한 유통구조는 소비자들의 수입품 구매를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도쿄(東京)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고기영씨는 『올들어 엔화가 20%나 올랐지만 대부분 수입제품값의하락폭은 여기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산업계와 유통업계등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내다본다.
姜박사는 『일본시장을 알기 위해선 경제논리로 접근하기 보다 일본 특유의 문화적 전통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메이지유신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인들은 「변해야만 생존할수 있다」는 집단적 위기의식을 갖게되면 급격한 변신을 추구한다』고설명했다.그는 다만 『정부와 달리 기업들은 아직 버틸만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AM우에노 인터내셔널(경영컨설팅社)의 우에노 오사무 사장은『근래 일본에서 활발히 일고있는 가격파괴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직 부분적이긴 하지만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본의 유통구조도 점차 깨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수입품에 주로의존하고 있는 가격파괴는 超엔高에 따른 내외가격차의 확대로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東京=金光起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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