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 복합문화공간 '10 꼬르소꼬모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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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매장의 원조
 트렌드 1번지 청담동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얼마 전 둥지를 튼 복합문화공간 ‘10꼬르소 꼬모 서울’이다. 일견 편집매장 같지만 문화적인 요소가 강렬하게 보태졌다. 원조격인 밀라노의 ‘10꼬르소 꼬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버전이다.
 ‘10 꼬르소 꼬모’는 세계적 패션 에디터이자 갤러리스트인 까를라 소짜니가 1990년에 밀라노의 꼬모 가(街) 10번지에 설립했다. 하나의 건물에 잡지의 형식을 접목, 갤러리와 서점에 중점을 둔 공간이 구성됐다. 이듬해에는 10 ‘꼬르소 꼬모 디자인 & 패션 스토어’가 합류했고, 1998년 카페, 2003년 소규모 호텔인 ‘3 Rooms’가 추가되면서 지금과 같은 복합공간이 완성됐다. 패션과 트렌드에 관심있는 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꼬르소 꼬모의 해외매장 1호점. 일본 도쿄매장이 있긴 하지만 ‘꼼데가르송’과 협업 작업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서울 매장이 첫 해외 진출작이다. ‘3 room’이 입점하지 않았을 뿐, 밀라노 오리지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슬로우 쇼핑’을 위한 동선
 다양한 품목들이 한데 모아져 있으니 쇼핑을 후닥닥 끝낼 수 있겠다 싶지만 그 반대다. 이곳저곳 발길을 묶는 곳이 많아 ‘슬로우 쇼핑’이 제격이다.
 “옷을 사러 왔다가 갤러리의 작품 감상에 푹 빠질 수도 있으며, 전시를 보러 왔다가 쇼핑할 수도 있다. 1층 서점에는 예술관련 전문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역사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전집이나 미술 관련서적, 외국잡지 등을 구비했다. 뷰티용품 코너에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인기 높은 향수·초·화장품 및 꼬르소 꼬모 자체 제작 미용용품도 진열돼 있다. 뷰티용품 코너와 서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당이 나온다.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카페에서 식사를 하며 머물 수 있다. 북부 이탈리아 요리가 주 메뉴이며 다양한 와인 섹션이 준비돼 있다. 야외공간으로도 연결되는데, 유럽의 노천카페처럼 청담동 골목에 맞닿아 미니 정원에 둘러싸인 형태다.
 2층은 야외 통로를 중심으로 남성패션관과 여성패션관이 나뉜다. 의류뿐만 아니라 소형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이 곳곳에 진열돼 있다. 남성관에서 한 층 더 올라가면 특별전시공간이 보인다.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쿠튀리에인 마담 그레의 쿠튀르 드레스를 전시중이다. 이 전시품은 1층 곳곳에 걸려있는 작품이나 조형물로도 감상할 수 있다. 4월 27일까지 아제딘 알라이아 쿠튀르 전, 크리스 루스의 유화&콜라주, 앵거스 맥빈의 사진전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 군이 공존
  ‘10 꼬르소 꼬모’ 가 트렌드 집결지로 자리잡게 된 데는 설립자이자 입점 브랜드 선택의 총 책임자인 까를라 소짜니의 영향이 매우 컸다. 패션계가 그녀의 선택이라면 믿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단독 부티크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 역시 꼬르소 꼬모 입점에 관심을 보인다. 펜디는 자사의 대표 아이콘 ‘바게트 백’의 1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바게트 10+ 컬렉션’을 꼬르소 꼬모에서 단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편집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은 마치 잡지를 읽듯 다양한 색깔의 브랜드를 동시에 쇼핑하고 싶어하며 편집매장의 자체적인 선택을 선호한다. 그러한 고객들에게 우리 브랜드의 확실한 컨셉트와 브랜드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펜디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서울 매장의 입점 브랜드 선정은 대부분 이탈리아 본사가 한다. 차츰 오리지널리티는 살리되 서울 매장만의 특징 있는 품목들을 조화해 나갈 계획이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신진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할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와 역량 있는 국내 브랜드의 조화를 기대한다.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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