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경마이야기>경주마의 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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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친구들중에서 종종 『암말이 발정한다는데 암말이 발정하면 수컷은 경주도중 암컷뒤만 따르지 않느냐』고 묻는다.이대로라면 아무리 능력이 좋은 수말이라도 암컷에 홀려 우승하기는 힘들어진다.
실제로 경마장주변에서는 「봄철에는 암말을 주시하라 」는 이야기도 나돈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암말이 발정이 왔는지 모르지만 수컷은안다.어느집에 암내난 강아지가 있으면 동네 수캉아지들이 대문앞에 모여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마장에서는 암컷이 수컷에 비해 순하기 때문에 여자는 대부분암말을 타고 남자는 수말을 탄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말이 암말에 기어오르니 암말을 탄 사람이나수말을 탄 사람 모두 낙마하고 깜짝 놀란다.이때 암말은 귀찮다고 뒷발질을 하지만 수말은 집요하게 달려든다.암말이 수말을 싫어하는 것은 발정이 완전히 오지 않아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기때문이다.
암말은 햇빛을 듬뿍받고 영양이 충분해야만 발정이 오게 된다.
햇빛이 말의 뇌에 자극을 주어 발정을 오게 하는 것이다.그런데경주마는 항상 컴컴한 마방(馬房)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햇빛과는 거리가 멀다.낮에 나와도 고된 훈련에 시달려 다른 생각할 시간이 없다.승용마도 처지는 비슷하지만 대개 승마는 낮에하게 되고 운동량도 적어 경주마보다는 발정이 올 확률이 높다.
경주마나 승용마 모두 약간의 여유만 주면 금방 발정이 오게 된다. 지난 72년 대홍수로 뚝섬경마장이 침수되어 말을 바깥으로 끌어내 방목시켰는데 불과 며칠사이에 발정이 왔다.그래서 이듬해 10여마리의 망아지들이 경주마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게 됐다. 경주마도 마찬가지다.암말이 경주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수말이 옆에 다가오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있다.그렇지만 경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만일 수의사가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면 암말은 경주에서 당장 제외되며 마주는 경주에 말을 내보내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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