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대만과 평화협정 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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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양안(중국과 대만) 간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며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당수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양안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한 중국 지도자의 첫 공식반응이다.

마 당선자도 이를 환영하고 있어 양안 평화체제 구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원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대만과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경제와 문화 교류는 물론 평화협정 체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양안 간 직항로 개설(通航), 직접 통상(通商), 우편 교류(通郵) 등 이른바 3통(通)을 실현해 양안 주민들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민당은 31일 원 총리 발언을 환영하면서 “마 총통이 취임하는 대로 대화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안 대표는 1992년 홍콩에서 회담을 열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국가와 지역 명칭은 각자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92공식(共識)’에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이 합의를 양안관계 협상의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지난 8년간 집권하면서 이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 독립노선을 걸어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계속됐다.

원 총리는 마 당선자의 미국과 일본 방문 추진해 대해 “정확히 아는 바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양안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뿐”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

마 당선자는 총통 당선 직후 “가능하면 취임(5월 20일) 전에 민간인 자격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해 양안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총통의 경우 중국 당국은 천 총통 전용기가 미국을 경유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주권 문제와 관계가 있다며 미국에 금지를 요청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 총리는 마 당선자가 양안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대만 겨냥 미사일 제거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중국은 유사시에 대비해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푸젠(福建)성 주변에 미사일 1000여 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대만의 린천바이(林晨柏) 정치평론가는 “이 미사일은 대만은 물론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국과 일본의 개입에 대응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중국이 쉽게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안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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