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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초대석>"레 미제라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20세기판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거장 클로드 를르슈감독이 「인간의 삶」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감동적이면서 재미난 드라마로 꾸민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다.
『남과 여』를 만들기도한 를르슈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다.그의 영화 스타일은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화면에 고루 담아가면서 일련의 요인들이 한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며 어떤 가치를 갖게되는가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있다.그래서 흥미진진한 대하 역사 드라마풍의 영화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레 미제라블』은 이런 를르슈감독이 지닌 인간과 역사를 다루는 솜씨가 최고로 발휘된 작품이다.아무리 험하고 힘든 삶의 모습일지라도 그의 손이 닿으면 낙천적이고 유쾌한 인생의 여유가 엿보일 정도로 산뜻하게 변한다.
거기에 전쟁.권투경기.액션장면.사랑과 이별등 다양한 영화적 볼거리가 역사와 인생에 실려 화면 곳곳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진지한 이야기를 신나게 그리는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 『레 미제라블』은 소외받은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인생의 온갖 어려움,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한 장엄한 인생드라마등이어서 20세기에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는 작품이다.여기에다 를르슈의 다양한 영화적 감수성과 빠른 화면,주연인 노배우 장 폴 밸몽도의 뛰어난 연기까지 겹치면서 이 영화는 관객의 가슴을 사로 잡는다.
장발장처럼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가 목숨을 버린 한 남자가있다.부인도 그를 따라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20세기의 한복판에 홀로 남는다.장발장같은 남자의 아들 앙리는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같은 비인간적 환경으로 가득찬 20세기를 살아간다.20세기판 「장발장 2세가 살아가는 법」인 셈이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글도 못읽는 무식꾼이 된 아들은 소설속 장발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숭배하게 된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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