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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1.무료SW재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뛰어난 공학도들이 모인 미국 매사추세츠 MIT大 컴퓨터공학과 건물 2층의 평범한 연구실.
비좁은 2~3평 크기의 방에 옹기종기 모여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조용히 작업하고 있는 학생들은 컴퓨터전문가들에게는 전설적인「무료 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의 주역들이다.거창한 이름의 재단이지만 평범한 대학원생들의 연구실과 다름없었다.이곳의 상급생인 마일스 베이더(31.
박사과정)는 전자우편을 통해 전세계에서 들어온 컴퓨터 프로그램관련 질문들에 답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사이버스페이스의 로빈 후드」라고 칭송받고 있다.
외부인의 방문에 수줍어하는 학생들은 제각기 자기들만의 운영프로그램인 「그누(GNU)」를 가지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열중해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유닉스(UNIX)프로그램이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에 대항해 이보다 더 뛰어난 「그누(GNU)」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통신망과 우편을 통해 80년대말부터 무상으로 보급했다.
「그누」라는 이름 자체가 「Gnu's Not Unix」의 머리글자로 유닉스를 조롱하고 있다.
마일스는 『개인의 사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반사회적인 행위죠.해커들은 소수의 손에 갇혀 있는 정보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자신들의 취지를 설명한다. 인터네트 등 컴퓨터통신망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주고 받는 관행이 사실상 이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하버드大 졸업생인 리처드 스톨먼(42)이 84년 처음 설립해이끌고 있는 「무료소프트웨어재단」은 그동안 저작권문제로 여러번법정에 끌려 가기도 해 문외한들에게는 무법자들의 소굴처럼 보이지만 해커들에게는 빌 게이츠보다 더 영웅으로 치부된다.
90년 한국과학기술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 스톨먼은 『상업주의적인 기업들 때문에 우리가 기성의 법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것은 하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바람에 신에게 분노를 산 프로메테우스와 같다』고 비유 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천재적인 컴퓨터 실력으로 전세계에서 생겨나는프로그래밍의 문제점들을 무료로 해결해주고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보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서부를 개척한 무법자들에빗대어 「컴퓨터 카우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물고기(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그보다는낚시방법(정보를 얻어 내는 소프트웨어)을 공짜로 보급하려는 것입니다.이것이 진정한 정보시대의 자유죠.』 여기서 만들어진 네트워크용 소프트웨어인 「리눅스(LINUX)」는 전세계에서 가장많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마다 비밀로 되어 있는 원자료(소스 코드)를 마구 공개해 소프트웨어기업들은 자주 골탕을 먹는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저작권(copyright)」이라는 말을 조롱하는 의미인 copyleft로 불린다.「해커」라는 단어를 50년대에 처음 만들어 낸 MIT대학생들의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는 듯했다.
『모든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해커들의 목표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현장이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州)=蔡奎振.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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