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키우려는 중국, 가전제품 사는 농민에겐 보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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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 경제 정책의 전략은 소비와 상업을 더욱 중시하는 ‘내수형 경제’다. 제조 위주의 성장이 심각한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를 불렀다. 무역 흑자가 불어나다 보니 선진국과의 통상 마찰이 잦아졌다.

특히 ‘세계의 생산기지’ 전략은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피해의식을 키웠다. 지난해 중국 가공무역액의 80% 이상, 무역 흑자의 절반 이상은 외국 기업이 가져갔다.

중국 정부는 2006년 시작된 11차 5개년 경제계획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고 안정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소비 진작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했다. 그에 따른 변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2005~2007년 순수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2~3% 정도 기여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는 8~9%나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상업 ▶물류 ▶금융 등 서비스 ▶중국산 브랜드 네 분야에 걸친 ‘4대 서비스 개혁’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농촌 소비 지출을 늘리려고 상무·재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산둥(山東)·허난(河南)·쓰촨(四川)성의 농민들에게 가전제품 구매를 장려하는 보조금을 주기도 했다.

이 와중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외국계 중소 제조업체들이 고전하기 시작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의 줄도산과 야반도주는 이런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홍콩·대만 제조업체들의 야반도주도 잦다. 광둥(廣東)성에선 6000여 개의 대만계 신발업체 중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홍콩대만공상협회 측은 “허난 지역에 진출한 기업 중 4000여 곳이 철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준 특혜를 없애고, 신노동법·가공무역법·법인세 부과 등의 방법으로 기업들을 옥죄자 견디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임금 수준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신노동법으로 근로자들의 수입을 늘려 소비 진작 효과를 꾀한다”고 말했다. 박승호 중국삼성경제연구소장은 “구미 기업들은 길게 중국의 내수시장을 보고 진출한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우리 기업들은 저임 생산기지를 당장 활용하려는 데 치우친 경우가 많아 요즘 같은 전환기에 더 당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무역협회 특별취재팀
중앙일보=양선희·이철재 기자
한국무역협회=김경용 아주팀 차장,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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