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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선택의 날, 이들의 정치 운명이 갈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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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전 벽보가 30일 전국 245개 선거구에 일제히 부착됐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에 게시된 선전 벽보 옆을 한 시민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총선은 4년의 정치 지형을 결정한다. 1307명의 출마자(비례대표 포함) 중 299명의 국회의원이 정해진다는 의미 이상이다. 특히 운명을 건 선택을 한 각 당 정치 리더의 미래가 달렸다. 이들의 당락에 따라 7월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비롯해 여야 당권 레이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계 개편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5년 뒤 대선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한나라 과반 여부에 입지 달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0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유세 때 “친박연대 후보들에게 표를 주는 게 맞는가”란 질문을 받곤 말 없이 웃음으로만 답했다.

그는 요즘 묘한 상황이다. 자파 인사 50명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상황이지만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연대와의 관계가 더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에선 “박 전 대표의 부재(不在)가 득표엔 마이너스”란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박 전 대표는 23일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고 말했었다. 한나라당이 과반에 실패, 당 밖의 친박 당선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경우 그의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당 대표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정계 개편을 주도해야 한다는 인사들이 상당수 원내 진출할 경우도 여권 내 격변이 올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이 170석 안팎으로 대승하면 그의 당내 공간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손학규, 자기 승패보다 당 성적이 중요

“저 손학규 를 살려 달라. 야당 대표를 살려서 야당을 살리고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독선을 막게 해 달라.”

서울 종로에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외치는 말이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정치 1번지’를 선택한 그는 한나라당 박진 후보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가 이기고 당도 견제 의석을 확보한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야당 대표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뒤 3개월 내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재신임받으면 당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종로에서 패하더라도 당의 성적이 좋다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남을 수 있다. 당에선 수도권 20석 이상, 전체 80석 정도라고 보고 있다. 만일 자신도 패하고 당도 50~60석에 그친다면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그의 정치 생명이 위기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당대표직 수락이 ‘독배’가 될 수 있다.

정몽준, 도전 성공 땐 유력 차기 주자로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근래 서울 동작을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중시하고 있다. ‘말보다는 실천을 잘할 사람’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역 현안인 뉴타운·교육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승부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는 20년 지역구인 울산을 떠나 이곳을 선택했다. 민주당 후보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맞서 달라는 당의 요구를 따랐다. 그는 이번 선택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당 안팎에선 “무소속 생활을 오래했던 그가 당에 안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가 정 전 장관을 꺾는다면 재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는 물론 차기 주자감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그로선 낯선 당내 정치를 해낸다는 전제하에서다. 박 전 대표와의 힘겨운 싸움도 기다리고 있다. 만일 낙선한다면 당분간 ‘정치적인 낭인’ 생활을 해야 한다.

정동영, 대선 아픔 씻기‘알몸 유세’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동작에서 진짜로 살 사람이 DY(정동영)겠느냐, MJ(정몽준)겠느냐”고 호소한다. 목욕탕을 순례하는 알몸 유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장(敵將)인 박근혜 전 대표까지 거론할 정도다. 정동영 캠프에선 ‘정몽준이 당선되면 박근혜가 죽는다’는 메시지를 전파 중이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어’인 정몽준 의원을 눕힌다면 대선 패배의 아픔을 씻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손 대표가 박진 후보를 꺾는 이상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위축된 정동영계를 복원할 여력도 생긴다. 당 안팎에선 총선 후 정 전 장관이 직접 또는 대리인을 내세워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실패한다면 그로선 긴 겨울을 맞을 개연성이 있다. 원외 생활을 4년 한 그가 다시 원외에서 4년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이재오, 열세 딛고 승리하면 역할 유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요즘 “은평의 아들 이재오가 은평 발전을 완성하겠다”고 말한다. ‘경제 뉴타운’ 등 지역 발전론을 제시하고 있다. 여권 2인자로 불리는 정치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거에 열심이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갈림길에 섰다”고 말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당 대표감으로 불렸던 그가 지금은 18대 국회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만일 그가 근소한 차이로라도 승리한다면 현 역할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분화한 친이 진영 내 한 축으로서다.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낙선할 경우 정치적 격랑 속에 휘말릴 개연성이 크다. 당권 도전이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다.

박지원 ·김홍업, 동교동계 존폐 달려

목포와 무안-신안에 각각 출마한 박지원·김홍업 두 사람의 당선 여부에 사실상 김대중 (DJ)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의 정치적 운명이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DJ가 간접 지원을 시작한 상태다. 29일부터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들이 당선되면 DJ의 영향력을 그나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와 북한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호남권 지지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세 규합의 명분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이들이 패할 경우 ‘DJ=호남’이란 30여 년 등식이 깨지는 셈이다. ‘DJ의 사실상 정계 은퇴가 될 것’이란 비유도 나온다.

이회창, 원내 교섭단체 달성할지 관심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30일 예산 지역구에서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주면 이는 국가권력의 곁불을 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선진당은 분명한 보수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다. 충청권의 자존심이자 자랑, 긍지인 자유선진당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압도적인 지지를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대선 때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15%를 턱걸이 득표하며 기사회생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목표는 50석”이라고 말한다. 내부적으론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는 게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여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한나라당이 과반을 훌쩍 넘을 경우 그의 공간이 좁아지게 된다. 만약 자유선진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다면 이 총재의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글=고정애·임장혁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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