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 인권을 거론한 진보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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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진보신당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한반도 인권 향상을 위한 남북대화 채널 등 북한 인권정책을 내놓았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해결도 공약했다. 이 당은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이른바 평등파(PD)가 민노당의 종북(從北)주의·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와 만들었다. 진보정당에서 북한 인권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으니 의미 있는 변화다.

2000년 1월 급진 진보세력은 민주노동당을 창당했다. 민노당은 2004년 총선에서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8명(정당득표 13%)으로 당당하게 국회에 진입했다. 그들의 뒤에는 서민·노동자의 민생을 개선해 달라는 간절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민노당을 장악한 자주파(NL)는 종북주의 같은 이념 문제에 묻혀 지지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남한의 농민·노동자·빈민을 위한다며 과격한 투쟁을 벌이면서도 북한의 노동자·주민의 인권에 대해선 침묵했다. 대선 참패 후인 2월 초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당내 정보를 북한에 넘긴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노당 대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탄생은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같은 시대착오적 이념이 더 이상 진보의 얼굴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당뿐만이 아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1996년 이적단체로 규정될 만큼 NL이념에 이끌려 온 급진 학생운동이다. 이런 한총련이 출범 16년 만에 출마자가 없어 의장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전반적인 학생운동의 쇠퇴 탓도 있겠지만 이런 사태는 과격한 이념 투쟁은 더 이상 시대와 동행할 수 없다는 흐름이다.

진보신당은 자신들의 변화를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한다. 맞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진보신당의 정책이 행여 민노당과 차별화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진보신당은 권력의 세습, 강제수용소, 탈북자 탄압, ‘인민’의 빈곤 등 북한 정권의 반인권적 문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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