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동차 인큐베이터’엔 370개 전철 탄생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현대로템의 의장공장 전경. 세계 각지로 옮겨질 전동차들이 외형을 갖추는 곳이다.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공장은 전 세계 전동차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아일랜드·터키·이란·캐나다 등에서 운행될 전동차들이 28일 작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62만7000㎡ 공장 부지에서 370량의 전동차가 제작되고 있다. 이 중 70% 정도가 33개국으로 실려나갈 예정이다.

현대로템 이용훈 사장은 “1964년 철도차량을 만든 이래 처음으로 3년치 이상의 전동차 물량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는 조선업계가 부럽지 않은 결과다.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연간 351억 달러 수준. 이 가운데 30억 달러 정도가 도시철도 시장인데, 현대로템은 지난해 4억2000만 달러(4170억원)를 수주하며 봄바르디아(6억 달러)와 알스톰(4.5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현대로템의 해외수주 실적은 2001년 1561억원에서 지난해 2.5배로 늘었다. 해외수주 잔액 역시 2001년(47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1조5000억원이다.

현대로템의 기술력은 2001년 홍콩에 140량의 전동차를 수출하면서 인정받았다. 당시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하고 납기를 맞춰 발주처로부터 30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2005년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터줏대감인 봄바르디아와 맞붙어 40량의 무인전동차를 수주했다. 이후 이란과 튀니지·뉴질랜드·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의 입찰경쟁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이 회사 창원공장은 3.1㎞의 시험철도 구간이 에워싸고 있다. 터키에 수출할 전동차 한 대가 오가며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현대로템이 해외수주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달리 치열한 국내시장 경쟁이 한몫했다. 일본·중국·미국 같은 곳은 자국 전동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진입장벽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외국업체가 아무 제약 없이 국내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전철사업 9개 노선 중 6개 노선을 외국업체가 차지했다.

이 사장은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고속전철을 제외하고 6000억∼8000억원 선에 머물러 있고 전동차 가격도 해외의 70∼80%여서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기를 쓰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알스톰사와 국내에서 고속전철 사업을 함께하면서 핵심기술 확보에 열을 올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시속 350㎞의 고속전철을 개발했고, 지난해 7월에는 400㎞급 차세대 고속전철 개발에 착수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매출의 10%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라고 장원준 공장장(전무)은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비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요즘 무게를 두고 있는 연구개발 분야는 자기부상열차다. 시속 110㎞급 무인운전 자기부상열차를 2012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상업 운행할 계획이다.

창원=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