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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대마 잡고 망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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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결승3번기 제2국>

○·박영훈 9단( 1패) ●·이세돌 9단( 1승)

제11보(132~142)=‘대마는 백이 한 수 부족. 패가 있지만 팻감이 하나도 없다’는 게 처음의 판단이었다. 대마가 죽으면 바둑도 끝나는 법. 그래서 행사 관계자는 “시상식을 준비할까요”라고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상식 얘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패를 놔둔 채 132로 먼저 응수를 묻는 고차원 수법이 있었다. 응수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수법(이세돌 9단도 이 점을 간과했다). 흑이 ‘참고도’처럼 바로 패를 해소하는 것은 백이 4까지 무려 세 번을 두게 된다. 대마의 크기가 40집이나 되지만 3수 연타의 충격은 그 이상이다. 지금도 좌우 흑 대마 중 한쪽은 거의 사망이다.

‘3수 연타’는 불가하므로 이세돌 9단은 133으로 젖혔고 박영훈 9단은 애초의 시나리오대로 134 끊어 물건을 크게 키운다. 135 늘자 비로소 136 조여 단패로 들어갔다. 흑은 만패불청(137, 139)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18개의 돌을 우드득 들어낸다. 하지만 138, 140을 당하니 우측 흑이 잡혀버렸다.

“흑이 대형 사석전법에 걸렸습니다. 망했습니다”라고 김지석 4단은 말한다. 대마를 잡았지만 너무 싸발렸다. 모양이 너무 우형이더니 끝내 비극을 맞고 말았다. 그 이면에 패라는 요물이 숨어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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