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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언어기원 밝히는 서적 속속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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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주먹.손가락.숫자 5를 의미하는 단어를 보면 영어는 fist.finger.five,네덜란드어는 vuist.vinger.vijf,독일어는 faust.finger.funt이다.이들 단어들에서 보이는 패턴은 러시아어와 같은 슬라브계 언 어군에서도 나타난다.
지금까지 언어학자들은 이같은 패턴이 발견되는 어군들을 모아 인도-유럽어족이라고 이름짓고 다른 알타이어족이나 우랄어족과는 뿌리가 완전히 다른 독립어족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고고학적 발견의 영향으로 세계 언어학계에서는 인도-유럽어족뿐아니라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같은 뿌리,즉60년대에 소련학자들이 「우리의 언어」라는 뜻으로 노스트라틱(Nostratic)이라고 부른 그 언어에서 비롯 되었다는 주장을 담은 저서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80년대말에 제기되었으나 영미권 학자들의반발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들어 다양한 인종의 세포중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모든 인류의 유전자줄기가 같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류의 언어도 1만2천여년 전의 노스트라틱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먼저 내년에 출판될 『노스트라틱:증거와 그 위치(Nostratic:Evidence and Status)』에 실릴 논문들은인도-유럽어족.우랄어족.알타이어족의 뿌리가 같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논문들은 앞에서 예로 든 영어.네덜란드어.독일어 단어에서일정한 패턴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해서 이런 패턴이생기게 되었는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연구범위를 핀란드어.에스토니아어.헝가리어가 속하는 우랄어족과 터키어.몽 고어등이 속한 알타이어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웨인스테이트대학의 알렉시스 레이머교수는 인도-유럽어족,그리고 우랄어족과 알타이어족등 3개 어족(語族)을 연구하면 우리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노스트라틱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브라이언 조지프교수는 이같은 주장과관련,『아직까지 결론을 짓기는 이른 단계지만 이 학설이 맞다면언어학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된다』고 전제하고 『아랍어와 히브리어가 속한 아프리카-아시아어족과 인도 남부의 드라비다어등의 뿌리도 새롭게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스트라틱 학설의 대가로 꼽히는 미시간대학의 비탈리 세보로시킨교수와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아론 도고폴스키교수도 이 학설을뒷받침할만한 새로운 책을 준비중이다.
이에 앞서 또다른 언어학자인 앨런 봄하드와 존 컨스도 지난해출판한 『노스트라틱 대가족(The Nostratic Macrofamily)』에서 각 어족군에서 뽑은 6백여개의 단어를 통해노스트라틱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중 『인도-유럽어와 노스트라틱 가설(Indo-European and the Nostratic Hypothesis)』이라는 또다른 책을 준비중인 봄하드는 『20세기가 마감하는 시점에 인도-유럽어족이 고립어라는 주장은 더이상 설득 력을 지니지못한다』고 지적,『이제는 인도-유럽어족도 뿌리를 같이 하는 언어가 있음을 인정하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스탠퍼드대학 언어학교수를 지냈던 조지프 그린버그박사의 경우 곧 출간될 2권짜리 분량의 『인도-유럽어족과 밀접한 언어(Indo-European and Its Closest Relatives)』에서 일본어나 에스키모-알류트어에서까지도 노스트라틱어의 흔적을 찾아내고 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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