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싱턴 한·미 안보포럼] 포럼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10일 열린 제1회 한.미안보 포럼 행사는 여러 가지로 파격적이었다.

우선 한국 측 포럼 참석자의 면면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등 참석한 학자들의 성향이 대부분 진보진영인 데다 문하영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김성배 전략기획 담당관 등 정부 쪽 인사들도 여러 명 포함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직접 토론회에 패널리스트로 참여해 미국 학자들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측 일부 참석자를 위해 동시통역사도 등장했다. 쉽사리 보기 어려운 경우다.

NSC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영어라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한국 측의 입장이 미국 조야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가 능통한 소수의 한국 내 미국통들이 한.미 간의 민간 학술 채널을 독점해 왔고, 이들이 주로 보수성향이라는 걸 겨냥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여과 없이 미국 측 참석자들에게 분명히 전달된 것 같았다.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의 피터 벡 연구원은 "한국학자들의 발언 내용이 기존 학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더라"고 말했다.

백종천 세종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향후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 행정부에서 북한 체제 교체 주장이 나오지 않는 게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대북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교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떤 참석자는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전쟁보다 낫다는 여론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와 NSC 관계자들은 곧바로 "북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런 발언을 일축했다.

이 포럼은 세종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했지만 NSC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사무처장이 직접 포럼 참석자들과 사전 모임도 가졌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한국의 대미 창구 역할을 해오던 인물들을 대신해서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진보성향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워싱턴과 새로운 학술 및 대화 창구를 개설하려는 1단계 시도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이번이 첫 번째지만 앞으로 계속 포럼 행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 참석 학자들은 보수성향의 닉 에버스타트(미 기업연구소), 클린턴 행정부 때 대북협상 대표팀에 속해 있던 조엘 위트(CSIS), 잭 프리처드 전 대북특사, 돈 오버도퍼 교수(존스홉킨스대) 등 비교적 다양하게 구성됐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