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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崩壞-과거와 달리 지금의 붕괴는 人災가 많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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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崩은 山과 朋(벗 붕)의 결합이다.전형적인 형성자(形聲字)로서 산이「붕!」하고 무너지는 소리를 본떠 만든 글자다.
산이 무너지면 굉음과 함께 그곳의 돌이나 나무.풀도 함께 매몰된다.그래서 崩은 천자(天子)의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여기서 나온 말에 붕어(崩御).붕조(崩조)가 있다.제갈량(諸葛亮)이 촉(蜀)의 후주(後主)유선(劉禪.劉備의 아들) 에게 올린 출사표(出師表)를 보면 그 첫머리에 유비(劉備)의 죽음에 대해언급한 대목이 있다.
『선제(先帝)께서 창업하신 뒤 반도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崩조하시고….』 壞는 土와 회(회)의 결합이며 회에는 「옷」을 뜻하는 衣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물건을 몰래 훔쳐 옷 속에 감춰두고 있는 형상이다.그래서 「품다」「간직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참고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懷(생각 할회,품을 회)다.
그런데 물건을 잃은 쪽에서는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그래서 회는 「망치다」「텅비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흙(土)이나땅이 텅 비어 있는 것(회)이 壞다.그 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그래서 壞 역시 「무너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괴사(壞死),도괴(倒壞).파괴(破壞)가 있다.
따라서 崩壞의 본디 뜻은 「산이나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옛날의 경우,그것은 대체로 홍수나 지진 등과 같은 천재지변(天災地變)때문에 발생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의 崩壞는인재(人災)로 나타나고 있다.아파트가 그랬고 다 리가 그랬으며이제는 백화점까지 무너져 내렸다.필설(筆舌)로는 이루 형언(形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뿐이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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