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침체 땐 한국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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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27일 발표한 ‘2008 아태 경제사회 조사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고 달러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로 한국·싱가포르·대만 3개국을 지목했다.

세 나라 모두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전체 수출 가운데 대미 수출비중이 많이 작아져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분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2001년 미국 경제가 0.8% 성장에 그치는 침체를 보였을 때 소비내구재, 관련부품, 기계 및 장비 등에 대한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산 제품 수입을 13%나 줄였다. 한국은 대미 수출의 40%를 차지했던 전기기계류, 차량, 통신장비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보고서는 또 대미 투자로 인한 금융손실이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앞으로 수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6.6%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카페 카사하라 유엔무역개발회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제네바에서 “올해 아태 지역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심각한 둔화와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혼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미국 경제가 다소 둔화돼도 중국 경제의 성장이 이를 상쇄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4.9%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는 중국의 강한 내수시장이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한국의 수출에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3.1%로 예상됐다. 원화의 절상으로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는 있으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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