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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세상보기>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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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서울 삼풍(三豊)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났다.대형사고의 빈발을 개탄하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제 확연히 드러났군.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바로 그거야.우리의 과거 잘못은 속도와 업적만 중요시하고 과정(過程)과 세월(歲月)은 우습게 안거지.』 『바로 그거야.업적에 도달하는 과정을 경시한 나머지 곳곳에서 부실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세월을견디는 업적만이 진정한 업적일텐데 그런 업적이 없어.지금까지 훌륭한 결실로 여겨온 기념물들이 도처에서 무너져내리고 있어.성수대교(聖水大 橋)의 곡선미(曲線美)를 찬양한지 불과 15년만에 그것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 두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업적은 모래성(城)임을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새로이 시작해야 될거야.』 『삼풍백화점과 삼풍아파트의 성공담(成功談)을 기억하나.물건이 고급이고,주차장이 널찍하고,드나드는 사람들이 그럴듯하고,아파트 값은 삽시간에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그야말로 물질적 번영의 대명사로 여겨졌지.』 『과거의 번영에 더이상 도취하고 있다간 또 어떤 사고로 인명을 희생시킬지 몰라.성수대교가 무너지기 한달전인 지난해9월,시공중인 아파트 3백9곳을 골라 당국이 부실시공 여부를조사했더니 77%나 되는 2백39곳이 실제로 부실공사를 하고 있었어.아직도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방식 그대로 오만 방자를 떨고 있다는 증거야.』 □ 이상하게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유난히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니까 정부도 어쩔줄몰라 하는 것같다.지난 5월29일 국무총리 주재로 안전문화추진중앙협의회가 처음으로 열렸다.유혈(流血)참사를 예방하자는 취지의 정책추진기구가 안전문화( 安全文化)라는 이름을 다는 것이 한가한 느낌을 주지만,어떠하랴 훌륭한 대책만 세운다면….
△내무부장관=긴급 구조. 구난(救難)체계를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통산부장관=가스안전 수준을 5년안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노동부장관=안전문화 정착 캠페인 추진본부를 사업장마다 구성하겠습니다.
△건교부장관=도로굴착(堀鑿)시 관계자의 입회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겠습니다.
□ 그 훌륭한 대책들이 왜 이번 사고에서 빛을 못봤는지 두고두고 따져볼 일이다.
국가 경쟁력 향상이 우리의 당면 목표고,안전사고로 인한 국가위신의 추락이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면 안전문화 정착은 곧국가 위신,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렇다면 안전관리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나.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대책 가운데 두가지만 들어 본다.
『이번 사고의 TV중계를 보니 소방서원이 많이 눈에 안띄어.
기술사 자격증을 가진 소방설비 전문가는 전국에 61명밖에 없대.』 『각종 안전구조장비의 확대.보급이 절실해.리프트.크레인,하다 못해 절단기.용접기라도 더 확보해야 겠더군.』 구난체계의충실화(充實化)는 안전사고의 예방대책에 비교하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 수 있다.그러나 예방 대책을 충실히 세울 수 있는실력이 우리에게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을 어쩌랴.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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