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三豊백화점 대참사를 보고-대형사고 끝이 없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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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책을 읽다 잠깐 낮잠이 들었는데 인천에서 학교를 다니는 남동생이 전화를 해왔다.대뜸 무사하네,그랬다.무슨 소리하느냐니까 학교앞 식당인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해 전화를 해보는 거란다.혹시 싶어서.
깜짝 놀라 텔레비전을 켰더니 아직 화면에는 붕괴 전의 백화점모습만 담겨있다.시계를 보니 오후6시가 조금 지나있다.앵커가 다급하게 소식을 전하고 있었으나 사고현장이 보이지 않으니 처음엔 실감나지 않았다.사망자와 부상자 이름이 나오 기 시작하자 불안해져 강남에 살고 있는 큰 오빠네에 전화를 걸어봤다.
나 또한 혹시 싶었던 것이다.
사고 현장이 화면에 담기기 시작하자 멍청해졌다.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전쟁이 따로 없다.지하4층.지상5층의 백화점이 완전히 폭삭 무너져있다.언제 그 자리에 그런 물건이 있었냐 싶다.
거리는 붕괴 파편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고 다행히 구조된 사람들이 피투성이로 실려 나오며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인데 내 머릿속은 그저 퀭해졌다.
또 무슨 일이지.
목격자가 나와 건물이 붕괴되기 전에 펑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했다.폭발음이라고 하기에 순간적으로 테러인가싶었다.설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 백화점인데 부실공사니 안전사고니 이런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았던 것 같다.그것도 삼풍 백화점이라고 하면 강남 서초동의 고급아파트와 고급 건물들 사이에 있는 고급백화점 아니던가.오래된 건물도 아니고 지난 87년에야 준공한 신식건물이 아니던가.그래서 였을 것이다.내게는 안전사고보다는 작년 추석무렵에 있었던 지존파 사건이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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