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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자치성패 참여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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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대도 컸고 말썽도 많았던 4대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정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데 거리의 화제가 집중되고 있지만 그뒤에 가려있는 역사적인 의미는 꼭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당 4표씩 던진 주권행사는 사실 5.16군사쿠데타 당일 발표된 포고령 제4호에 의해 34년간 계속된 「관선(官選)자치단체장 시대」의 막을 내리라는 주민들의 명령이었다.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으레 나라의 「높은 분」이 알아서 임명하는 것이라는 한국적 상식이 34년만에 깨지는 날이었던 것이다.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행세하는 나라는 모두 지방자치를 해 밑바닥으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국민의 오랜 외침이 달성된 시점이라는 의미가 축소돼서는 안된다. 지난 개발시대에 임명제 자치단체장들의 공로도 물론 있었다.
중앙정부의 의지를 일사불란하게 집행해 나라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뛸 수 있게 한 점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지방화의 경쟁시대를 맞아 이제는 창의력.경영능력이 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주요 덕목으로 바뀌었다.
임명제 단체장들은 사실 아래(주민)를 쳐다보기보다 위(임명권자)의 의중을 헤아리기에 바빴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이러다 보니 행정은 「주민만족」과는 거리가 먼 「군림행정」으로 일관했고 주민은 지역의 주인이 아닌 통치대상에 불과 한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었다.
이제 본격적인 자치시대를 맞아 「공」은 주민 손에 쥐어져 있다.주민들은 이상적인 민선 자치단체장을 만들어내는 조련사가 돼야 한다.그를 격려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훌륭한 위탁경영자가 되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
일본의 소도시 이즈모市가 미국 증권회사 부회장으로 있던 이와쿠니 데쓴도를 시장으로 맞이한지 3년만에 기라성같은 일본 대기업들을 제치고 일본능률협회가 선정하는 최우수경영단체로 뽑힌 일화가 그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은 민선단체 장을 생사여탈권을 가졌던 「원님」에서 「비즈니스맨」「서비스맨」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투표는 지방자치의 첫 단추일 뿐이다.이제부터는 주민들이 『참여없이 자치없다』는 말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지방행정에 참여하고 감시해야 자치의 꽃이 필 수 있을 것이다.
金 日〈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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