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選 서울시장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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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는 조순(趙淳)서울시장당선자에게 기대반.우려반의 심정으로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서울시가 인구 1천1백만명이 사는 수도로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중추일 뿐만 아니라 새 시장의 앞길에 가로놓인 산적한 난제를 염려해서다.더군다나 야당시장이라는 여건,선거직전에 영입되어 민주당에 뿌리가 얕은 새 시장의 시정(市政)운영 성패여부가 향후 주민자치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은 새 시장의 시정혁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그는 교통난 해결.공기정화.깨끗한 수돗물공급.제반시설의 안전확보등 굵직한 공약만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이 했다.하나같이 시정의 고질적 난제들이다.새 시장으로 취임하면 당선의 기 쁨은 바로 사라지고 업무파악하랴,파업불사의 지하철노조와 협상하랴,시정혁파하랴 눈코 뜰새가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새 시장이 처음부터 기대와 공약의 중압감에 빠져 서두르지 말고,시정과제의 해결 우선순위를 세워 차분하게 시정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고자 한다.시장재임기간에 교통난 하나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힘든 것이 현 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趙당선자가 시정개혁에 버금가게 신경써야할 문제는 사실상 자신을 영입한 김대중(金大中)아태재단이사장및 민주당,그리고 반대편의 민자당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고도로 조화롭게 정립하느냐에 있다.金이사장의 절대적 후원으로 당선된 단기 필마의 趙당선자가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행사의 포로가 될지 모른다는 일각의 염려도 있다.스스로도 이를 의식한듯 당선회견에서 『민주당의포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현실적으로 이의 조화는간단치가 않을 것이다.
우선 구청장과 시의회를 석권한 민주당이어서 시정 자체의 운영에는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나 이는 반대로 새 시장이 소속당의 영향력에 힘입지 않고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없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속당입장에 서 중앙정부와 대립한다면 파장의 크기는물론이려니와 시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십상인 점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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