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南阿共 만델라대통령 한국언론 첫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만델라대통령은『92년 대한 무역진흥공사(KOTRA)사무소가 남아공에 개설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순방과 관련된 답변이 끝나자 기자들은 남아공 내부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먼저 현재 남아공의 핵심정치이슈로 떠오른 콰줄루-나탈 지역 자치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만델라대통령은『남아공의 어떠한 지역도 특정인들(줄루族)에 의해 떨어져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이 문제는 국민투표등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자가『현재 남아공의 국가재건계획(RDP)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다고 많은 외국인들은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만델라대통령은 이에 대해『많은 이들은 RDP를 과거 미국의 뉴딜정책에 비유하고 있다.그러나 남아공은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프라가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뉴딜정책을 실시했으나우리는 거의 맨주먹으로 출발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현재 GDP 대비 투자비율이 멕시코가 25%에 이르고 있으나 남아공은 17%에 불과하다』며 투자부족의 문제점을거론했다.
그러나『지난해 총선이 실시될 즈음해서 1백억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됐으나 이후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면서 이중 절반이 국내로 다시 들어왔다』며 만델라대통령은『정치적 안정이 남아공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만델라대통령은『그간 대만.중국.말레이시아등 동남아의 다른 주요국들은 대통령 당선후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한국엔가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꼭 가고 싶다』고 방한동기를 설명했다. 짧은 30분간의 기자회견이 끝난뒤 만델라대통령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기자가 잡아본 그의 손은 27년간의 투옥과 강제노동에 시달린탓인듯 두껍고 묵직했다.20대 초반 이후 무려 50년넘게 고통스런 민주투쟁을 벌여온 위대한 투사의 손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