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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IT로 유괴 원천봉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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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찰청은 26일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전자태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에 시범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12 신고 때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경찰이 파악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마련한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등·하굣길 실시간 확인=경찰청에 따르면 전자태그 시스템은 부모가 휴대전화를 통해 자녀의 등·하굣길 장면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아동의 이름·연락처 등 신상 정보가 내장된 전자태그(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Tag)를 가방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전자태그가 고주파를 이용해 신상 정보를 무선으로 송신하면 학교 교문 등 주요 통학로에 설치된 감지센서가 아동을 식별한다. 감지센서와 함께 장착된 카메라가 어린이의 모습을 촬영해 부모의 휴대전화로 실시간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아동 유괴 사건으로 수차례 홍역을 치른 일본 정부가 대국민 정책 공모를 통해 채택한 것이다. 현재 요코하마 등 2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감지센서와 카메라 설치 비용은 일본 정부가, 전자태그와 동영상 전송 비용은 부모가 내고 있다. 유근섭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세계 일류의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112 신고 접수와 동시에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 것은 현행법상 휴대전화 위치 정보의 이용 가능 기관을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유근섭 국장은 “지난해 홍대 부녀자 살해사건처럼 피해자가 112에 신고하려 했으나 범인의 위협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릴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휴대전화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GPS가 장착된 휴대전화 단말기는 전체의 약 20%에 불과해 실종·유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기 특성상 장애물이 없는 야외가 아니면 위치 파악이 어렵고 ▶개당 5~20달러 선인 부품 가격을 소비자·제작업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개인 정보 유출로 범죄에 악용되는 등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년간 실종·가출 재조사”=경찰청은 최근 3년간 발생한 아동·부녀자 실종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수사 때 지적된 초동수사와 공조수사의 부실 논란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실종·가출 신고가 접수된 뒤 미귀가 상태인 어린이는 모두 19명, 부녀자(15~50세)는 1만9395명에 이른다.

경찰청·지방청·경찰서에 각각 ‘실종사건 수사전담팀’을 신설하고 총 1056명의 수사관을 배치했다. 범죄심리 학위 취득자를 실종 전문 수사관으로 양성하고 실종사건 발생 때 현행 ‘24시간 이내’인 수사 착수 시간을 ‘접수 즉시’로 바꿨다.

특히 통학로와 놀이터 주변의 상가·문구점·편의점·약국을 ‘아동 안전 지킴이’ 집으로 선정, 위기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보호하도록 했다. 어린이 안전구역의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와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다.

천인성 기자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Tag)= 고주파를 이용해 저장 정보를 무선 송신하는 초소형 송신매체다. 메모리칩·안테나·휴대용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감지센서가 있으면 전자태그를 소지한 이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06년부터 이를 활용한 ‘등하교 정보 송신 시스템’이란 이름의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일본에선 또 자녀의 교통카드를 활용해 버스·전철로 이동하는 경로 정보를 부모의 PC·휴대전화로 전송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전자태그를 소지한 어린이가 차량에 접근하면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자동음성시스템도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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