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를 知의 세계로] 2.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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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이 현대 문명의 토대이자 원동력이라는 것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는 피해를 겪고 나서야 과학의 발전과 영향에 무심했다는 것을 깨닫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를 짊어질 새내기라면, 과학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즉 최근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고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꿰고 있어야 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사이언스북스)는 진화를 인간 위주로 보는 사고 방식을 비판한 책이다.

진화가 진보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과학계에서는 이미 상식이 되어 있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진화를 진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인식은 19세기의 유산이다. 과학은 진화가 다양성의 증가임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 사회는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사례들과 쉬운 문체로 과거의 오해와 편견을 비판하면서, 진화의 본래 의미가 다양성임을 역설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 방식을 넘어서서 겸허하게 자연 세계를 바라본 사례를 찾고 싶으면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을 읽으면 된다. 개미는 인류보다 20배가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해 오늘날의 사회를 만들어냈다. 개미 사회에는 인류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사진을 곁들인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개미가 얼마나 놀랍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아울러 우리 인간이 정말 아는 것도 없이 오만하게 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슬며시 떠오를지 모른다.

한편 마이클 머피와 루크 오닐이 묶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지호)은 한 과학자의 창조적인 사고 방식이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미쳤는지를 50년 뒤에 조명한 책이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2차 세계 대전 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었다. 생명의 본질을 새로운 방향에서 탐구한 그 책은 DNA의 발견자인 왓슨과 크릭을 비롯해 당시의 신진 과학자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그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50년이 더 지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은 스티븐 제이 굴드, 로저 펜로즈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진화생물학.물리학.수학.뇌과학.복잡성과학 등을 통해 그 해답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첨단 과학과 과거의 유산인 기존 사고 방식이 충돌해 마찰과 혼란을 일으키는 사례는 또 있다. 그것은 과거의 사상가들이 애지중지해 온 자아라는 개념이다.

과연 '나'는 누구일까? 인지과학자인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다니엘 데닛이 묶은 '이런, 이게 바로 나야!'(1.2권,사이언스북스)는 오늘날의 과학과 겹쳐놓으면 '나'가 대단히 수수께끼 같고 혼란스러운 것이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주 멀리서 정보를 전송해 합성한 나는 과연 진짜 나일까? 가상현실, 복제, 디지털 세계에서 나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 세계가 대단히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요구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문명과 진보를 맹신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를 경고한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세종연구원)는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리프킨은 기회만 있으면 과학기술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서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근거로 삼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시간이 흐르면 줄어들기 마련이므로, 자원을 아껴 쓰는 낮은 엔트로피 사회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생태론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이 책들은 과학이 물질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과학이 어렵다고 해도 인류 문명은 과학 없이는, 그리고 과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않고서는 존속할 수 없다. 따라서 호기심과 탐구심을 무기로 삼아 미래를 개척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과학 지식의 세계에 빠져볼 필요가 있다.

이한음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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