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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축구계 판도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세계축구계가 최근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한동안 위세를 떨치던 이탈리아.스페인축구가 94~95시즌 직후 주춤해 있는 반면 영국.독일축구가 새로이 급부상함으로써 유럽축구계가 지각변동의 새변혁을 맞고 있다.그런가하면 지난해 94월드컵개최를 계기로 북미프로축구리그 부활등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축구는 최근들어 그 인기가 곤두박질,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있다.
영국리그의 아스날과 첼시는 최근 각각 이탈리아에서 활약중인 네덜란드출신의 스트라이커 데니스 베르흐캄프,루드 굴리트를 데려왔다.특히 베르흐캄프의 이적료 1천2백만달러(약 90억원)는 영국 프로축구사상 최고의 이적료다.
반면 이탈리아는 빠져나가는 선수들이 줄을 섰다.
지난해 안드레아스 묄러.헤슬러.에펜베르크(이상 독일),파팽(프랑스)이 독일로 갔고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이 영국,라두치오이.하지(이상 루마니아)가 스페인으로 떠났다.그뿐만이 아니다.
시즌중에 도나도니.바레시(AC밀란)등이 일본 J리 그행을 선언했고 최고스타 로베르토 바조도 외국행이 점쳐진다.
이에따라 유럽축구판도가 변하고 있다.세계축구의 정상무대로 진가를 떨쳐온 이탈리아리그가 서서히 무너지고 영국.독일이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리그가 세계정상의 축구무대로 자리잡은 것은 80년대후반.분데스리가가 부침을 거듭하는 사이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새로운 유럽축구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었다.특히 이탈리아리그는 월드스타들의 각축장이 됐다.클린스만.마테 우스.굴리트.반바스텐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줄줄이 이탈리아행을 택했다.또카니자.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루벤 소사(우루과이),아스프리야(콜롬비아)등 남미 선수들도 뒤를 따랐다.스페인도 만만치 않았다.마라도나.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로마리우.베베토(이상 브라질)등 월드스타들을 보유했었다.그러나 최근 이탈리아리그가 사정태풍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영국과 독일리그가 빠져나간 선수들을대거 끌어들임으로써 또한차례의 자존심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辛聖恩기자〉 축구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94년 월드컵을 유치했던 미국이 최근 『역시 축구는 안되는 곳』이라는 자조적인 진단을 내린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1년전 월드컵을 치를 때만해도 미국은 폭발적인 축구붐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총 관람객수가 3백50만명에 달했고 TV시청률도 가위 기록적이었다.특히 지난 30년이후 한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는 미국이 강호들을 격파하고 16강고지에오르자 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내려진 평가는 비관적이다. 후원기업수가 지난해 22개에서 지금은 5개로 줄었다.자연히예산도 궁핍해져 올해 적자폭이 무려 2백50만달러에 이를 정도다. 프로리그 창설도 당초 참여의사를 밝혔던 12개팀 가운데 상당수가 탈퇴하는 바람에 좌초위기에 몰렸다가 최근 댈러스등 일부팀을 힘겹게 영입해 창설에 필요한 10개팀을 겨우 짜맞추는등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지금까지 후원사로 남아 측면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는 나이키.마스터카드.버드와이저.아비스 렌터카등도 언제까지 후원을 계속해줄지 장담을 못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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