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이프>걷는사람 위주 도시정책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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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차와 자동차중 어느 것이 더 빠른가.
옛날에는 마차가 더 빨리 달렸다.출퇴근중 걷는 쪽과 자동차 타는 쪽중 어느 쪽이 더 빠를까.걸어서 출퇴근하는 쪽이 더 빠르다. 길을 새로 내거나 넓히면 막힌 길이 뚫리는가.길은 막힐때까지 자동차가 몰린다.자동차 교통의 병목을 없앨수 있을까.병목은 어딘가는 다시 생긴다.우리나라는 틀린 답에 맞춰도시공학에어두운 사람이 도시를 가꾸어 왔다.
서울 한복판에 16차선 도로,지하도,육교,축구를 할만큼 넓은주차장들,또 건물마다 주차장을 확보해 놓았는데 반해 세계에서 제일 복잡하다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엔 가장 큰 도로라는 것이 6차선 뿐이고 지하도나 육교도 없다.주차장도 엄 청나게 비싼데다 그나마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 사람들은 교통이 꽉 막혔다고 불평하고 뉴욕시민들은 교통의 편리성을 자랑한다.
자동차 통행만 쉽도록 해온 결과 우리는 자동차 통행량만 엄청나게 늘었지 교통문제는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우리나라 환경오염의 상당한 부분도 이 자동차 교통 때문이다.뉴욕이나 일본 도쿄(東京)이 서울보다 훨씬 공기가 깨끗하고 조용한 이유가 바로 자동차 통행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은 자동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도시라는 느낌이다.걸어다니는 사람들은 품위를 지킬 수가 없다.
장애자나 치마입은 여성들은 길을 건너기 어렵다.건널목도 찾기어렵고 건너는 폭이 멀다보니 건너다가 교통사고 당하는 사람이 많다. 길에 심은 꽃이나 분수대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동차 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있다.
지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길을 시원하게 뚫어주고주차장도 많이 만드는 동시에 환경문제도 해결해 주겠다고 공약(公約)을 내건다.
이것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편리하게 몰고 다닐 수 있게 도시를 만들게 아니라 자동차를 몰 필요가 없게,차 탄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고 편리한도시가 아니라 걸어다니는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고 품위를 지킬수있는 도시로 설계해야 교통.환경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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