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기 총통 부인 “나는 보통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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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만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다음날인 23일 오후 마 당선자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55)여사가 두 딸과 함께 타이베이(臺北)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버지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 중 잠시 귀국했다 출국하는 딸들을 전송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어느 때처럼 청바지 차림에 화장도 하지 않는 맨 얼굴이었다. 항공사가 VIP용 탑승수속을 밟아주려고 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일반 승객과 같이 50분을 기다려 수속을 마쳤다. 평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총통 당선자 부인의 신분이어서 경호원 수 명이 그림자 경호를 한 것뿐이었다.

25일 아침에도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바지 차림으로 자택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줄을 섰다. 그가 법무처장으로 있는 대만의 상업은행인 자오펑(兆豊) 금융공사 출근길이었다. 그는 10여 분 기다린 뒤 버스를 타고 여느 때처럼 출근을 했다. 비단 이 때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그는 항상 유명 정치인 부인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를 고집했다.

이번 총통선거 과정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뒤에서 마 후보의 유세를 도왔다. 1998년 마 당선자가 타이베이 시장에 출마했을 때는 국민당 내에서조차 후보 부인 이름을 몰랐을 정도였다. 그 뒤 시장 재임 8년 동안 저우 여사는 단 한번도 시장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저우 여사는 당시 “시민들이 남편을 시장으로 뽑았지, 나를 뽑은 게 아니다”라며 “공적인 일에 부인이 간섭해서도 할 수 없다는 게 소신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를 두고 일부에서는 나서기를 싫어하고 대인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 탓이라고 주장한다. 또 평범한 외모여서 귀공자 풍인 마 후보의 곁에 설 경우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을 두려워해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 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를 부인했다. 곁에서 지켜본 저우 여사는 매우 사교적이고 유머가 넘치며, 마 당선자도 부인에 대해 “매우 귀여운 외모를 지녔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만 역사학자였던 마 당선인 부친이 평소 아들에게 청렴한 공직생활을 할 것을 주문했고 이 때문에 남편의 공직생활에 누가 될 까봐 극도로 절제된 생활이 몸에 밴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 당선인도 그의 자서전에서 “나의 처는 매우 명랑하고 유머가 많으며 사랑스럽다”라고 적고 있다.

마 당선자는 “하루는 둘이 시골 한 어촌으로 여행을 떠났다. 항구 부근에서 산보를 하던 중 근시인 부인이 갑자기 저기 금곰(Gold Bear)이 있으니 빨리 가서 보자고 해 달려갔더니 금곰이 아닌 찬맥주(Cold Beer)여서 배꼽을 쥐고 웃었다”고 회고했다. 저우 여사는 변호사로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근무하는 자오펑 은행 관계자는 “저우 여사를 우수인재확보 차원에서 스카우트 했으며 업무실적도 탁월하다”며 “마 당선자가 총통에 취임한 뒤에도 저우 여사가 퇴직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우 여사는 5월20일 마 당선자가 취임하면 퇴직하고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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