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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펀드 지고 … 글로벌IB 펀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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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자재는 가고 글로벌 금융주가 귀환하나’.

지난주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시장 전망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원자재 값이 급락한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늪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원자재 펀드는 ‘상투’고, 글로벌 IB에 투자하는 펀드는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주 펀드 수익률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올 들어 줄곧 올랐던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한 반면 글로벌 IB 펀드는 모처럼 급반등했다. 일찍 원자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일부 환매해 차익을 실현한 뒤 글로벌 IB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시장을 예측해 특정 섹터펀드에 돈을 몰아넣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이 많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섹터펀드는 펀드 수익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만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익률 역전=상품 가격 강세 덕에 그간 원자재 관련 펀드는 시장의 스타로 군림했다. 지난주에도 중국 펀드에서는 400억원 가까이 돈이 빠져나갔지만 원자재 관련 펀드로는 100억원 넘게 유입됐다. 그러나 수익률은 형편없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유·금·구리·곡물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28개 펀드의 주간 수익률은 -8%에 육박해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지난주 구리·면화·납 등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CRB지수가 8.3% 하락해 1956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일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도 지난주 6.3% 떨어졌다. 반면 글로벌 IB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돋보였다.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1’ 펀드의 주간 수익률은 5%를 웃돌았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IB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펀드에 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 바뀌나=언뜻 보면 무관한 것 같지만 원자재 값과 글로벌 IB 주가는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 최근 원자재 값 폭등의 한 원인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글로벌 IB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IB의 파산 도미노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로 인해 달러 값이 급락하자 국제 투기자금이 원자재 투기로 옮겨가 원자재 값 폭등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를 고비로 그동안의 흐름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FRB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글로벌 IB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이에 힘입어 FRB는 지난주 금리를 시장 예상(1%포인트)보다 낮은 0.75%포인트만 낮췄다. 그러자 급락하던 달러 값이 반등했고 원자재 시장에선 투기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원자재 값이 폭락했다. CJ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최근 상품 가격 하락은 달러 약세의 바닥 근접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S&P은행업종 지수는 14.9% 급등했다”며 “이는 글로벌 IB의 부실이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는 시장의 평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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