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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어렵게 마주한 南北 대화好機놓치면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6월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남북 당국간 베이징(北京)접촉」에서 우리측은 북한측에 1차로 쌀 15만t을 무상으로 인도하며,7월 중순에는 「제2차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고,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대화의 문을 다시 열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번 합의는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남한의 쌀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나웅배(羅雄培)부총리가 말한 대로 첫째는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며,둘째는 일본의 쌀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순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회담 이전에 이미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에 곡물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이번의 합의만으로는 남북한 쌍방이 대화혹은 협상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정부의 공식 발표문에서도 「당국간 접촉」과 주체가 명기되지 않은 「회담」이 엇갈려 등장하고 있는데 대화의 문을 열었다기보다는 문고리를 잡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정세는 어렵게 문고리를 잡은 바로 이 시점에 문을 열 것인가,그리고 그 문을 통해 걸어나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北-美간의 경수로 협상 타결에 따라 북한의 대외관계는 급속히개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김정일(金正日)의 권력 승계가 곧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요컨대 더 이상의 탐색전이나 의미없는 줄다리기는 동북아 주변정세 개편의 호기를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또한 북한의 입장에서도 남북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앞으로 이어질 남북의 당국간 접촉 에서 우리측은 더욱 새로운 각오를 지녔으면 한다.
북한이 입고 있는 두터운 겨울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따사로운햇살을 비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의 쌀제공이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 남북한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것이라는 이면의 의미도 있 을 것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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