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전세계 쌀 위기 닥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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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조만간 벼 경작지가 줄어들어 세계적 식량 위기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어바나 샴페인 소재 일리노이 주립대 엘리자베스 에인스워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지구 변화의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지에 기고한 논문 ‘기후 변화와 쌀 생산량: 탄산가스와 오존 농도의 증가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쌀은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을 먹여 살리는 식량이다.

최근 세계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쌀 생산량은 지금보다 3분의 1 정도 더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쌀 생산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아프리카를 꼽았다.

기후 변화가 식량 수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기온, 탄산가스와 오존 농도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일 평균 기온이 30℃ 이상 오르는 지역에서는 쌀 수확량이 떨어진다. 기온이 상승할수록 그 결과는 더욱 나빠진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곡물 수확량 감소는 탄산가스 증가로 인한 광합성 활성화로 다소 보완될 수 있다. 하지만 에인스워드의 연구에 따르면 광합성 활성화는 고온 때문에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 효과가 미미하다.

지표면의 오존 농도 증가도 곡물 수확량의 감소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발전소에서 배출해내는 산화질소(NOX)가 덥고 맑은 날씨에서 오존의 형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에인스워드 교수는 오존 농도가 0.06ppm으로 나타나 중국과 미국의 농장에서는 수확량이 14%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온실을 만들어 오존 효과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따라서 다른 쌀 연구 학자들은 에인스워드의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그동안 많은 실험들은 오존 농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실외의 오존 농도는 매일 시간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식물은 짧은 기간 동안 오존 농도가 높을 때 입은 피해를 오존 농도가 낮을 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오존 농도와 기온 상승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쌀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에인스워드의 결론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신품종 개발이 가장 시급한 곳은 적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이미 전통적인 쌀 품종이 견딜 수 있는 최고 기온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프리카를 포함한 적도 지역에선 상당수가 연례 행사처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지구촌 전체를 놓고 볼 때 지역에 따라 심각한 식량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식량이 모자라는 곳일수록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농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수확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가령 오존 농도와 탄산가스 증가가 함께 발생할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왜냐 하면 오존과 탄산가스가 수확량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따로 연구된 바는 있어도 두 변수를 동시에 고려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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