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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협상어디까지왔나>3.가자지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약70㎞ 떨어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두 지역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에레즈 검문소.
우지기관단총을 멘 5~6명의 이스라엘軍 병사들이 모든 차량과통행인들을 철저히 검문중이었다.검문소 양쪽으로는 철조망이 쳐져있으며,뒤쪽에는 중기관포를 설치한 감시탑이 눈에 들어온다.
검문소 한쪽에선 누런 흙먼지에 전 남루한 팔레스타인人 10여명이 통행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고,팔레스타인쪽 도로에는 채소.과일을 실은 화물차 10여대가 검문을 받기 위해 서 있다.
동행한 팔레스타인人 통역은 1시간 이상이나 기다린 뒤에야 겨우 출입증을 얻을 수 있었다.이것도 극히 운이 좋은 경우다.우연히 만난 미국인 멜 시나퍼는 『함께 온 팔레스타인人 직원의 통행허가가 나오지 않아 5시간째 기다고 있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가자지구로 들어서자마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나타났다.잘꾸며진 이스라엘쪽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폐허에 가까운 누런 건물들,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노새가 끄는 달구지등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도 로,상.
하수도,통신등 인프라스트럭처가 엉망이고 악취가 코를 찌른다.팔레스타인측의 표현대로 「거대한 난민수용소」가 바로 가자지구 현주소다.『지난해말 이스라엘측에서 국경을 봉쇄하면서 이곳의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고 팔레스타인경제개발위 원회(PECDAR)원조담당 아부 라마단은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텔아비브 중심지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의 소행으로 보이는 버스폭발사건이 발생,20명이 죽고 48명이 다친 이후 국경이 철저히 통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이스라엘에서 일해오던 15만명의 가자지구 주민들 대부분 이 실업자로전락했다는 것이다.
현재는 통제가 약간 완화됐지만 30세 이상 기혼자만 통행이 가능해 전체 1백50만 인구중 겨우 1만명만이 이스라엘 땅에서일하고 있는 상태다.게다가 가자지구의 유일한 산업이랄수 있는 채소.과일재배도 국경봉쇄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이스라엘측의 고의적인 늑장으로 화물차가 국경을 통과하는 데 3~4일씩 걸리는 바람에 채소가 모두 썩어버리는 것이다.『국경 봉쇄가 앞으로 2~3개월만 더 끌면 가자지구의운명은 끝장』이라는 게 유엔측의 진단이다.그러나 이스라엘측은 테러를 일삼는 팔레스타인人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팔레스타인이 자치를 얻었다 해도 국가로 바로 설 수 있을까.비록 PECDAR에서는 가자지구내 항만.공항건설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같은 사업을 추진할만한 돈도 인력도 없다.
어쨌든 중동평화협상의 구도로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기정사실화된상태다.그러나 이같은 조건하에서 과연 통치능력을 갖춘 팔레스타인정부가 들어서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란 인상을 지울수 없다.
[가 자지구=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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