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人種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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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쿼터(Quota)는 라틴어로「얼마나 많이?」의 뜻이다.수량을한정하고 그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할당(割當)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수출입쿼터와 이민쿼터가 그렇다.인종쿼터는 그 반대다.소수인종의 고용을 꺼리는 기업이나 직장에 대해 최소한 얼마 이상을 고용토록 숫자적 목표를 제시한다는 뜻에서의 쿼터다.
민권운동 용어로 흑인에 대한 사회적 보상에서 출발했다.대학입학의 경우 성적이 모자라도 흑인학생은 일정량을 구색(具色)으로뽑아준다.그러나 쿼터는 많은 경우 합법적인 상한(上限)으로 악용된다. 의무량만 채우고 그 이상은 뽑지 않는다.어느 수준까지는 도움이 되지만 그 수준을 넘으면 쿼터가 도리어 해(害)가 되고 차별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차별시정을 위한 소위「긍정적 행동」(affirmative action)이 미국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배경도 이 양면성때문이다.「긍정적 행동」은 인종이나 피부색깔.국적이 달라도 각종 선발에서 기회균등을 「긍정적」으로 보장한다는 사회 정책적 다짐이다.1955년에 처음 생겨나 61년 케네디행정부의 대통령令에정책용어로 공식수록됐다.정부공사나 구매입찰때 소수인종을 많이 고용하는 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정책적 배려도 여기에 근거한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이「긍정적 행동」을 헌법 위반으로 판정했다.소수인종에 대한 사회적 보호나 배려도 좋지만 자칫 소수인종을 사회적 시혜나 적선(積善)의 대상 내지 열등인종으로 제도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취지다.「소수인종에 대한 모독」이라는 자의식 강한 주장도 고개를 든다.
최근 인류학및 유전학의 공동연구는 피부색깔에 따른 인종간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인종간 차이는유전적 다양성에서 비롯되지만 피부색과 머리칼 구조는 유전인자의0.01%의 차이로 결정된다고 한다.
특정인종이 지능이 낮고 범죄가 많다는 식의 인종적 분류나 개념은 인종의「사회적 현실」이지「과학」이 아니라는 발견들이다.
어느 하버드대학 전(前)학장은『하버드는 해마다 우수한 아시아계를 많이 떨어뜨린다.아프리칸 아메리칸(흑인)쪽 눈총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뮈르달의 『아메리카 딜레마』가 출간된지 반세기.인종문제는「물이 반이나 찼다」와 「아직 반밖에 안찼다」가 평행선을 긋는 영원한「반(半)컵의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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