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달러 弱勢 미국만 안전할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핼리팩스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 깜짝 놀랄 무엇인가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실망한 사람도 없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신임대통령은 금융시장의 투기가『세계 경제의 AIDS같은 존재』라며『투기세력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직력과 의지』라고 목청을 높였다.그러나 국고금의 고갈로 곤경에 처한 존 메이어 영국총리는 아마 시라크의 이같은 주장에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제각기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G7정상들과 달리 핼리팩스에는세계 공통의 경제문제를 걱정한 인사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주로 각국의 재무장관들로 이들에 의해 달러貨의 지속적인 약세나 이같은 통화불안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이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인가와 같은 주제들이 토론에 붙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핼리팩스에 모인 G7정상들이 이 문제에 대해 내놓은 대책은 IMF가 새로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기금을 더 늘리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처럼 통화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투기꾼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불과할 따름이다. 멕시코 위기는 클린턴정부가 서둘러 IMF구제기금을 조성하도록 나서게 했다는 점에서 전초전에 불과했다.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통화의 평가절하는 자본유출을 악화시킬 뿐이라는점이었다.
일본의 거품붕괴로 나타난 결과는 멕시코 위기보다 더 흥미롭다.일본의 경제위기는 멕시코와 달리 외국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본인들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최근들어 분명해지고 있듯이 일본도 거품의 붕괴로 나타난 은행업계 의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이러한 위기상황들 가운데서도 미국만은 안전지대였다.일본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유럽이 경제회복의 지연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미국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달러貨의 약세는 미국경제의 앞날에 또다른 우려를 낳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60년대에도 달러화가 폭락함으로써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했다.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은 10여년간 인플레이션을 감수해야만 했다.최근 경제학자들이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화 보유 증가를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 문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다.미국으로의 지나친 자금유입이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을 일으킬지도 모른다.아직은 그러한 예상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그러나핼리팩스에 모인 세계의 금융전문가들이 달러화의 약세를 우려하고있는데 대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 방어의 최종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 이 문제는 자동차 부품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지 멜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