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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현장관찰] 정몽준·정동영 ‘개발 소외 지역’서 정치 생명 건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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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정당학회 소속 손병권 중앙대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공약 개발 현황을 묻고 있다. 손 교수는 오후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한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 측을 방문했다. [사진=변선구 기자]

총선까지 16일이 남았다. 공천 물갈이 대결은 여야의 거물 정치인들을 최일선인 지역구로 내몰았다. 인물 대결은 치열하고 판세를 점치긴 더 어려워졌다. 중앙일보가 한국정당학회(회장 유재일 대전대 교수)와 함께 현장 관찰기를 싣기로 한 건 그 때문이다. 전국 주요 대학에 소속된 교수 18명이 각 지역 선거의 움직임과 이슈를 선거일인 4월 9일까지 시리즈로 게재한다. 그 첫회는 서울 동작을이다. 유권자 수론 15만2000여 명(17대 총선 기준)으로 전국 254개 지역구 중 작은 규모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때 617만여 표를 얻은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 그리고 완주하진 못했지만 2002년 대선에 출마했던 정몽준(한나라당) 후보가 정치 생명을 건 맞대결을 펼쳐 ‘미리 보는 대선’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국정당학회 연구이사인 손병권 중앙대 교수가 현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전국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만 지역구민에게는 생소한 두 정치 거물이 투입된 서울 동작을 선거구.

이곳은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를 49.4% 대 26.9%로 이긴 지역이다. 묘하게도 두 후보의 전국 평균 득표율(48.7% 대 26.1%)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최근 치러진 다섯 번의 총선에서 15대 총선(1996년, 신한국당 승리)만 제외하면 지금의 통합민주당과 맥이 닿아 있는 평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을 잇따라 배출해 낸 곳이기도 하다.

그런 동작을에 정몽준(한나라당)·정동영(통합민주당) 두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동작동에 거주한다는 택시 기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한 것처럼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싸움’이다. 의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

동작구는 2005년 서울서베이 결과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인 근로자 가구가 9.2%로 서울 평균 6.6%보다 많다. 2006년 주택 보급률은 85.7%로 서울 평균 91.3%에 못 미친다. 경제 지표로 볼 때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 지역에 초대형 후보들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동작을의 주민들은 이들의 출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21일 흑석동 재래시장에서 9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 아주머니는 “대통령이 바뀌어도 변하는 게 없는데 거물급 후보가 나왔다고 달라질 게 있겠어?”라고 했다. 지난 수십 년간 흑석동 일대의 개발이 답보 상태인 데 대한 불만과 개발의 혜택에 대한 의구심이 담겨 있었다. 사당동의 한 사진관에서 만난 40대 남성 유권자는 “국회의원 바뀐다고 지역구 사정 달라지는 것 봤습니까? 남북벨트다 하면서 한 사람이 들어오고, 또 그 사람 잡겠다고 들어오고…”라며 시큰둥해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흑석동에서 자랐다는 여대생의 반응은 달랐다. 이 여학생은 근처에 대학교가 세 개인데 강남·신촌처럼 변변한 외국어학원이 하나 없다며, 이들의 등장이 이 일대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실용주의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육과 개발 얘기가 나왔으니 이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두 진영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공약을 알아봤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이라 두 진영이 제시한 아직 미완의 공약은 주민과의 간담회, 홈페이지 ‘정책제안’ 코너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먼저 교육문제. 정몽준 후보 진영은 외고·특목고·자사고 등의 유치로 이 일대를 선진 교육지대로 변모시키겠다고 했다. 정동영 후보 진영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 지역을 교육특구로 지정해 공교육 1번지로 삼겠다고 했다. 지역 개발과 관련해선 정동영 후보 측이 강남의 원정 지구로서가 아니라 개발의 실수혜자가 지역 주민이 될 수 있는 뉴타운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후보 측은 공해 지역이었으며 문화 불모지였던 울산을 명품 지역구로 승격시킨 경험을 토대로 뉴타운 개발 등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곳과 인연이 없으면서도 단기간에 유권자의 정서를 정확히 읽고 있는 것만큼은 두 후보 모두 평가할 대목이었다.

지역 유권자들과 접촉해 본 결과 동별로 노출된 환경에 따라 약간씩 여론의 차이가 감지됐다. 견제론도 있지만 한편으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았다. 현상 유지를 거부하며 변화를 지향하는 동작을 선거구는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교감 가능한 ‘일차적 지지층’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두 후보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글=손병권 교수(중앙대 국제관계학), 사진=변선구 기자

◇한국정당학회 현장관찰 참여교수= 유재일(학회장) 대전대· 손병권 중앙대· 임성학 서울시립대·윤종빈 명지대· 우성대 목포대· 정연정 배재대· 안용흔 대구가톨릭대· 서현진 성신여대· 정상호 한양대· 가상준 단국대· 강경태 신라대· 김용복 경남대· 김 욱 배재대· 정준표 영남대· 최준영 인하대· 박경미 경남대· 서복경 고려대· 고선규(선관위) 교수

◇중앙일보=정치부문 박승희 차장,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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