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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 붉은악마는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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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응원단은 축구장에 못 들어가."

한국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이란원정단이 암초를 만났다. 오는 17일 한국과 이란의 올림픽예선전을 대비해 대대적인 원정응원을 준비해온 이들에게 11일 반갑지 않은 통보가 날아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밤 이란 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여성응원단의 축구경기 관람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원정응원단은 모두 170명. 여성회원은 44명이다. 이들은 여성에게 보수적인 이란 문화에 맞춰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두르고 비자 신청용 사진을 찍는 등 세심한 준비를 해왔다.

대한축구협회도 그동안 이란 외무부.축구협회와 접촉해 "여성응원단의 비자 발급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런데 출국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국은 허용하더라도 경기장 입장은 안 된다"는 통지를 받은 것.

붉은 악마는 11일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원정응원단의 유영운 단장은 "갑작스러운 통지를 받아 당혹스럽다"며 "일부 여성회원들은 경기장에 못 들어가더라도 일단 테헤란까지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세기를 마련하는 등 원정응원을 후원해 온 대한축구협회는 이란 측과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 하지만 끝내 경기장 입장이 무산될 경우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직원들과 함께 TV응원을 하도록 주선하기로 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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