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로이카株, 20년 만에 고공비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증시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1980년대 증시를 이끌었던 은행.건설.종합상사 등 이른바 '트로이카' 업종들이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트로이카주들이 최근 약세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매수세가 이들 업종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나스닥의 급락에 따른 우리나라 정보기술주 동반 하락 우려로 IT주를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은행.건설.유통 등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던 종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내수주인 은행.건설주와 수출의 첨병인 종합상사주에 매수세가 몰리는 최근의 흐름을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설업, 저평가된 봄철 수혜주

건설업지수는 3월 들어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3.2%나 하락했다. 주가가 저평가된 데다 대표적인 봄철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사자'주문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신공영의 경우 3월에만 40% 가까이 급등했고, 대림산업과 금호산업.일성건설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LG투자증권은 LG건설에 대한 목표주가를 17%나 올렸고, 동원증권은 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의 건설주 주가가 단기 순환매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꾸준한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고속철 역세권개발, 민간주도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대 등 호재가 많은 만큼 재건축 축소,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은행업, 외국인 1조대 순매수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상승폭이 꺾였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들어 은행주가 포함된 금융업종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19개 업종 가운데 외국인이 두번째로 많은 금액을 사들인 전기전자의 순매수 금액의 세배가 넘는다.

특히 외국인 지분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대구.전북 등 지방은행 3인방은 이번주에 나란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리먼브러더스는 한국의 은행주들의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크다며 종목별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최고 27%까지 올렸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이후 인수.합병(M&A) 기대감이 커졌고, 카드사 지원 부담에서 벗어나 올해 큰 폭의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종합상사, 수출 잘돼 순익 쑥쑥

잇따른 분식회계와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보다 16%나 상승했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3.8%(591만주)의 평가액이 3조원대로 불어난 것이 호재가 됐다. 지난해 말 38%에 머무르던 외국인 지분도 11일 현재 43%로 늘어났다.

LG상사는 종합상사로는 처음 지난해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두었고, 보유 중인 계열사 발행 유가증권 2800억원어치를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인터내셔널도 미얀마 가스전을 발견한 후 M&A 대상 '1순위 기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종목마다 주가 상승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