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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미 안보포럼] 한·미동맹 과거와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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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왼쪽부터 닉 애버슈타트 AEI 선임연구원, 전봉근 통일부 정책보좌관, 잭 프리처드 전 북핵특사,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윌리엄 드레넌 USIP 부소장 등. [김종혁 특파원]

세종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제1회 '한.미 안보포럼'이 10일 워싱턴 웨스턴 앰버시 로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한.미 양국의 민간 전문가뿐 아니라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들도 직접 토론자로 참석해 '한.미 동맹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특히 한국 측 참석자들은 "미국은 김정일 정권교체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미국 측은 "한국은 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느냐"고 질타했다. 토론 참가자들의 입장이 이처럼 가감없이 개진되면서 포럼은 시종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다음은 비공개로 진행됐던 이날 회의의 주요 토론 내용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열린 '한.미 동맹의 과거와 미래' 토론에서 다양한 진단과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한.미 갈등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지적한 반면 미국 측은 "왜 미국을 믿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다음은 토론 요약.

▶이상현(세종연구소)=미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반미감정을 불러왔다. 한국민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또 미군의 한강 이남 이전이 북한 공격을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 그러나 자주외교와 한.미 동맹은 상충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은 군사동맹적 성격을 뛰어넘어 동북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 워싱턴은 북핵 저지가 최대 목표지만 서울은 전쟁 방지가 최대 목표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래리 워츨 (헤리티지 재단)=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왜 한국민과 지도자들은 그걸 믿지 않는가. 미국이 일방주의적이라는데 6자회담은 한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회담이다. 또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빼 북한 방사포 사정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데 북한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이다.

▶래리 닉시(미 의회조사국)=한.미 간에는 인식 차가 크다. 미 의회는 한국이 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또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뒷전에서 금전적 지원을 해줘 미국을 좌절시켰다. 이런 것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황병무(국방대학원)=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군철수가 논의되자 한국은 자위력을 기르려 했다. 비슷한 상황이 지금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은 선제공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북한의 핵 보유가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조엘 위트(CSIS)=한.미 동맹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 6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기존의 한.미 동맹 논의는 그게 얼마나 지속되느냐, 아니면 끝장나느냐의 이분법이다. 하지만 국가 간에는 동맹뿐 아니라 각자의 안보적 필요에 의한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이근(서울대)=미국 외교는 강압적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다자의 틀을 통해 실현하고 있을 뿐이다. 동북아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은 지난 50년간 호흡을 맞춰온 한국군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도 중국과 일본의 목표를 잘 모르는 이상 통일 이후에도 미국과 관계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동맹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국무부 한국과장)=장기적으로 한.미관계에 대해 낙관한다. 미국은 한국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피해를 보지 않고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한.미 통상 및 인적 교류도 밀접하다. 반미감정을 얘기하지만 살다 보면 어려운 시절을 겪게 마련이다. 한.미 간에 가장 큰 현안은 북핵 문제다. 서로 접근 방법이 다르다. 최근 한국민들이 통일의 장애물은 북한보다 미국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

▶문하영(외교부 정책기획관)=반미감정은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한국이 스스로 국가적 자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북한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뇌물을 줬다는 비판이 있는데 현 정부의 접근방식은 다르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핵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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