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이상득 출마 안 된다” 이상득 “일일이 대응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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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취지 흐려져 과반 의석 흔들”
한나라 소장파 의원 가세할지 주목

한나라당 당내에서 ‘이상득 용퇴론’이 수면 위로 불거져 나왔다. 이상득(포항 남-울릉) 국회부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의장의 국회의원 불출마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나라당 과반 의석 확보가 흔들리고 있다”며 “그 직접적 원인은 원칙과 기준이 상실된 공천의 후유증”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20일 포항에서 이 부의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으나 이 부의장은 용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다른 의원들과 상의는.

“익명을 전제로 많은 의원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이 부의장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부의장께서 더 깊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천을 하면서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했는데 누구인가.

“사실관계가 확인이 안 돼 적시할 수는 없다.”

남 의원의 한 측근은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대통령의 형에 대한 공천으로 영남권의 물갈이 취지가 흐려지고 수도권 판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영남권 물갈이에서 고령·다선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면서 당내에선 이상득 부의장(73세·5선)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 불출마론이 이날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당내에서는 수도권이나 소장파 의원들이 이 부의장의 용퇴 요구에 가세할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된 데다 이 부의장이 공천을 받은 지도 20여 일이 지난 시점에 나온 남 의원의 요구가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용호 기자

“이미 끝난 얘기 … 내 역할 따로 있어”
강재섭 “남경필, 크게 꾸짖고 싶다”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 늘 중심을 잡고 일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지역구인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 일주일째 체류 중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당내 소장파인 3선의 남경필 의원이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 이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며 불출마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전날 자신을 찾아온 남 의원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다고 했다. “공천 심사를 받을 때도 (자신의 출마) 문제가 논의됐고 언론에서도 걸러졌다. 포항 주민들이 공천을 받았다는 걸 확실히 아는데 이젠 포항 주민의 심판을 받을 차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내일 모레(25∼26일)가 후보 등록”이란 말도 했다.

-논란이 있는데.

“한나라당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지만 내가 조정하면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항상 받았다. 중심을 잡고 일해 왔다. 지금도 공천에서 떨어진 분들에게 내가 일일이 전화로 위로하고 있고 그분들이 내 의견을 받아주고 있다. 그런 게 내가 할 일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개의치 않겠다. 한두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 아닌가. 많은 사람이 그러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이 부의장의 입장은 이렇듯 견고했다. 하지만 자신의 출마 여부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했다.

그가 상경하지 않고 포항에서 머무는 것도 분란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신 코피를 흘린 적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지역구를 다지는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중을 전달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부의장은 남 의원의 발언 직후 측근들에게 “나로서도 고민했던 문제인데 새삼 일일이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대구 서)에서 “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몰아내는 건 개혁이 아니다”라며 “(남 의원을) 크게 꾸짖고 싶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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