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최강자를 미워하는 건 사람의 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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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이 미운 이유
안드레이 S 마코비츠 지음,
김진웅 옮김
일리,
368쪽, 1만5000원

 미국 재벌 맬컴 글레이저가 2005년 영국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최대 주주가 되자 영국인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미디어부터 미국인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인들은 스포츠를 이해하지 못하고 할 줄 아는 건 핫도그와 팝콘을 먹는 것뿐이다.” “선망의 대상이던 맨유가 부랑아로 전락했다”는 한탄도 쏟아졌다.

이 같은 반응은 앞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축구클럽 첼시를 인수했을 때와도 달랐다. 당시 우려는 있었지만 증오와 경멸, 러시아 스포츠계에 대한 매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시건대 비교정치학 교수이자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인 저자는 이 차이의 원인을 이렇게 정리한다. “글레이저가 미국인인 탓이다.” ‘반미’가 뿌리 깊은 영국인에게 미국인의 맨유 인수는 ‘용서할 수 없는 신성 모독’이자 ‘영국 전통의 강탈’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처럼 유럽에 내재한 반미에 세밀하게 접근한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던 어린 시절, 자신의 독일식 억양에 감탄하는 미국인과 ‘혐오스러운 미국식 방언’을 쓰지 말라는 오스트리아 교사 사이에 느낀 간극이 발단이었다. 이후 평생 유럽과 미국을 비교하는 일을 해온 그의 눈에 유럽의 반미는 이념이 아니라 눈앞의 실체다.

유럽에서 ‘미국화’는 스트레스에서 고용불안까지 모든 부정적인 것의 동의어다. 속도를 중시하는 ‘미국화’ 때문에 제품의 질이 나빠졌고, 미디어의 미국화 때문에 리얼리티쇼가 범람하게 됐다는 식이다. 독일은 중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독일 학교에 등장한 미국적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럼 이렇게까지 미국이 미운 이유는 무얼까. 간단하다. 저자는 최강자를 미워하는 인간 본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강자는 거만하고 위선자이고 무자비한 존재로 여겨진다. 반미주의는 최강자인 미국의 힘에 대한 반발과 두려움의 표출이다.

유럽 사회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운 책이다. 원제 『Uncouth Nation: Why Europe dislikes America』.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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