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번엔 경유 값이 난리났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주 월요일 10일 휘발유와 경유 값이 제법 많이 내렸죠.

정부가 기름에 붙는 세금, 즉 유류세를 인하했기 때문입니다. 휘발유 유류세는 1리터에 82원, 경유는 58원 각각 내렸습니다.

하지만 어제 20일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이 다시 올랐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 1리터에 전날보다 28원, 경유는 72원 올려받고 있습니다.

같은 강남지역의 다른 주유소도 휘발유는 1리터에 25원, 경유는 75원을 더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는 20일부터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을 휘발유는 1리터에 1601원으로 25원을, 경유는 1리터에 1530원으로 75원을 각각 올려받는다고 통보했습니다.

20일 기름값 인상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유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유는 지난주 유류세 인하에 따라 공장도가격(세금 포함)이 1리터에 58원 내렸지만 20일부터 다시 75원 올라 세금 인하분을 상쇄한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높아져 버렸습니다.

강남의 두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 값 대비 경유 값 비율은 각각 93.1%, 93.3%입니다. 이는 경유 값을 휘발유 값의 85%에 맞춘 정부의 방침을 벗어난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에너지 세제개편 계획을 실행한다는 명분으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1리터에 31원(부가세 포함땐 35원)을 올렸습니다(기자블로그 '오늘 경유 값이 오른다는데' http://blog.joins.com/n127/8295787).

주유소의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더 많이 오른 건 국제제품시장에서 경유 값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대부분 국내가격을 결정할 때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참고한다고 합니다.

3월 6일에서 13일 사이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에서 휘발유가격은 1배럴에 113.2달러로 1.09달러 올랐지만 경유는 128.68달러로 7.78달러 올랐습니다. 경유 값 상승폭이 훨씬 컸습니다.

문제는 정부에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주 유류세를 내리면서 휘발유와 경유 똑같이 10%씩 내렸습니다. 탄력세율 체계에 따른 것이죠. 하지만 유류세를 내리기 전인 2월 세째주 주유소 전국 평균 경유 값은 1리터에 1452원으로 1650원인 휘발유값의 88%에 달했습니다. 정부의 목표치인 85%를 넘어선 것이죠.

2월 28일 유류세 주무부처였던 당시 재정경제부는 기름에 붙는 세금을 내리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2월 세째주 주유소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경유는 1리터에 1394원, 휘발유는 1568원이 된다고 예시했습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경유 값은 휘발유 값의 88.9%로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런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세제개편 계획을 이유로 경유에 붙는 세금을 그동안 올리기만 했지, 경유와 휘발유의 실제 가격 비율을 얼마나 점검을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2006년 석유제품 소비량을 비교하면 경유는 1억4243만배럴로 5987만배럴인 휘발유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소비량 뿐만 아니라 경유에 붙는 유류세금도 훨씬 많다는 것이죠(기자블로그 '석유협회 홈피가 다운된 까닭'http://blog.joins.com/n127/8259968).

숫자로 따지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사람은 휘발유차 운전자가 많습니다. 따라서 휘발유 값이 많이 오르면 많은 사람들의 주시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경유 값 인상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로 버스, 화물차 운전자죠. 인원으로 따지면 휘발유의 10%에도 못미칠 것입니다.

경유 값이 정부의 목표선인 85%를 훨씬 넘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요인이죠.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정부가 과연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노태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