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펜화기행] 금강산 보덕암 - 절벽 위의 한 칸 방, 막다른 참선 도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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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먹펜, 43X60cm, 2008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1600여 명이 부처의 단계인 ‘아라한’이 됩니다. 모두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은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것이지요.

이런 수행을 ‘타력수행’이라 하며 반대로 ‘자력수행’이 있습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타력수행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가는 것이고, 자력수행은 걷고 뛰고 수영을 하며 미국에 가는 것입니다.

자력수행 방법으로는 처절하게 수행을 하여도 깨달음에 이르기가 어렵습니다. 불경에도 방법이 없고, 스승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 깨달음이니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좋은 장소를 찾아 전국을 떠돕니다.

금강산 만폭동계곡 분설담 옆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작은 암자가 붙어 있습니다.

구리기둥으로 마룻귀틀을 받치고 그 위에 단칸 기와집을 지었습니다. 팔작지붕을 얹고 그 위를 맞배지붕으로 가리고 맨 위에는 사모지붕에 상륜부까지 올려서 무척 아름답습니다.

너무 멋있어서 스님들의 별장으로 오인하기 쉬우나 깊이 5.3m, 너비 2~1m, 높이 2~1m의 작은 동굴에 비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막고, 겨울에도 참선할 수 있도록 한 평이 채 못 되는 좁은 전실을 만든 것입니다.

목수가 고안했는지 스님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뛰어난 설계입니다. 강한 기운이 감도는 좋은 수행처로 보입니다만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고구려 안원왕 때 보덕스님이 창건하였고, 현재의 건물은 숙종 1년(1675)에 지은 것을 순조 8년(1808)에 중수하였습니다. 구리로 감싼 기둥을 중종 6년(1511)에 세웠다는 기록을 보면 그 이전에는 나무기둥이었나 봅니다. 옛 사진을 참고하여 띠살창을 달고 보덕암(普德庵)이라는 현판을 그려 넣었습니다. 없어진 판도방(判道房·스님들의 거처)도 되살리고 상륜부에 없어진 부재도 새로 올리는 등 복원도를 만드는 데 달 반이 걸렸습니다.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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