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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모두발언 전문]

중앙일보

입력

여러가지로 걱정거리가 많으실줄 압니다. 오늘 따라서 여러가지 주제에 관해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오늘 저의 발언으로써는 미리 약속한대로 대선자금, 그리고 저의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문제에 관련해서 먼저 제 입장을 말씀드리고 나중에 질문이 있으면 그밖에 문제에 관해서 성의것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부끄럽고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거듭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번번히 하는 사과, 말로 끝나는 사과, 그뒤엔 달라지지 않는 정치, 그래서 국민들은 사과받기 지치고 짜증나는 일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사과를 다르게 하겠습니다. 책임지겠다고 약속드린바와 같이 앞으로도 책임지겠습니다. 진지한 자세로 책임을 이행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일로 다시 사과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몇가지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선자금, 그 밖의 정치자금, 그리고 유용혐의가 있는 금액 등, 돈의 성격에 관해서는 검찰발표와 다소 다르다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는 제가 추측하고 부분적으로는 확인할 수있는 범위내에서의 자금규모는 거의 다 밝혀진것 같습니다. 검찰의 능력에 대해서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소름이 끼친다 할만큼 검찰은 유능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힘들고 너무한다 싶은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저는 그리한 검찰에 대해서 한편 믿음직스럽다 생각합니다. 그간의 노고를치하합니다.

저의 대선자금이 10분의 1을 넘었는가, 하는 얘기 하기가 구차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논의방향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질문해주시면 소상히 답변하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대선자금으로 봐서는 10분의 1은 넘지않는다, 성격에 있어서 약간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 차이는 있습니다만, 수억을 넘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은 양보를 하더라도 수억을 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본질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넘어가서 책임을 져야할 수준이라면, 저는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저의 선거참모들이 모두 구속됐습니다. 선거대책위원장, 본부장, 유세본부장, 이재정 의원도 구속됐습니다.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여러분들 뵙기 면목이 없습니다. 본인들과 가족에 대해서도 한없이 미안합니다. 대통령은 내가 당선됐는데 감옥은 그분들이 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닌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굳이 그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변론을 해줄 수 있다면, 횡령이 없었다는 것, 놀랍게 생각합니다. 비록 법을 어겨서나 선거를 위해서 노력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치부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신뢰를 보낸다, 특히 이상수 본부장은 돈을 많이 만진 사람이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비는 수도 있는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 준 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야당쪽의 구속자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무겁기 마찬가집니다. 옛날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됐습니다. 선거문화의 희생자입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예컨데, 지금 고통을 받고있는 우리 모두가 보다 더 나은 내일로 한발짝 나가는 과정에서 진통이 되었으면, 이 진통과 아픔을 겪고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통도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앞으로 좋아질 것입니다. 그저 이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달라지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진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벌할 것은 벌하고, 비난할 것은 비난하시되 내일에 대한 희망, 믿음만은 버리지 말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측근들의 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도술의원은 15 ̄20년 제 일을 맡은 사람입니다. 안희정씨는 15년 가까이 됐습니다. 제가 관리해야할 범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사람들의 잘못은 제가 책임져야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람들이 조달하고 사용한 대선자금은 저의 손 발로써 한 것입니다. 법적인 처벌은 그 사람들이 받되 비난은 저에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라도 선거 이후에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편 저는 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보관하던 돈의 용도에 관해서 그들을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기위해 모아둔 돈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체면치레는 필요하지 않겠냐 하는 측면에서 관리하던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수년동안 그들이 한번도 저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부득이한 경우엔 저의 승낙을 받았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사람들은 그랬습니다. 안희정씨가 2억원을 이용해 아파트를 샀다는 것은 확인결과 사실과 다른 걸로 드러났습니다. 일시 자금을 융통한 것은 사실이나 그 돈은 옛날 아파트를 사서 제대로 다시 채워놓았다, 엄격히 보면 유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착복의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벌은 받을 것입니다. 너그러운 평가가 있길 바랍니다.

이판에 저의 형 노건평씨까지 끼어들어서 참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우건설 사장의 유임을 청탁한다는 것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어쨌든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돈은 이미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1억원을 주는 것을 받지 않고 거절했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함께 모아서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제 형님 노건평씨는 제게 3번의 청탁을 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한번의 청탁은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어서 외면했습니다. 성사.불성사는 아직도 결론나지 않았습니다만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한번은 청탁때문에 불이익이 받았습니다. 잘 될 수도 있습니다만 안됐습니다. 이번 청탁은 민정과 인사에 지시해서 불이익을 줬습니다. 확인도 했습니다. 형님의 실수가 있더라도 제가 잘 관리할테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형님집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청탁을 하면서 괴롭혔겠는가. 세번 이외에는 제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형님은 그정도는 지켜주었습니다. 남상국씨에 관련된것은 민경찬씨가 실패하면서 병원을 지어 회복하려고 하는데 제가 도와주면 공사비라도 싸게 할 수 있을지 외상으로 할 수 있을지 기대한 것 같고, 돈을 타내서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형님은 오래전부터 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경선 후보가 되면서부터 일거리를 딸 수가 없었습니다. 사업이 어렵다고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수단 꽤나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데 어렵습니다. 딸은 시집갔고 아들은 취직을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노건평씨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시길 바랍니다. 어떤 청탁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돈주고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민경찬씨는 제가 경선할 즈음에 김포에 짓다만 병원을 인수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재주좋다 생각했는데, 후보된 이후에 어려워졌으니 융자받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거절했습니다. 저도 부탁할 데가 없었습니다. 아예 안 알아봤습니다. 때때로 감시를 했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수십억의 빚을 짊어지고 일어설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었습니다. 뒷조사를 계속 하니까 불편을 느껴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왜 감시하지 못했냐 비난을 받았습니다만, 민정실에는 인력이 없습니다. 졸졸 따라다닐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사생활이 있습니다. 때때로 챙겨 보았을 뿐입니다. 6백 몇십억 펀드 사건은 청와대와 조율했다고 하는데, 조율할게 따로있지 이런걸 했겠습니까. 불러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작은 일들도 숨기지 못하고 다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지 않을것입니다. 조율하지도 않을것입니다.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친인척 일들이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수백명이라고 합니다. 가끔 5촌 넘는 사람들이 저와의 관계를 들먹인다는 소문은 듣고 있습니다. 따로 관리,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접근하지 말고 속지 마시고 의연하게 합리적으로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후보가 되니까 조카가 갑자기 작은 회사의 부사장이 됐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습니다. 민정에서 그 회사가 큰 회사에 납품하려고 하는데, 감시하겠다 했습니다. 악용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사전경고 했다고 합니다. 누님이 울며불며 통곡했습니다. 왜 도와주지도 못할 망정 훼방을 놓느냐고. 니가 먹여 살릴거냐. 제가 맞습니다. 인간의 정이라는게 그렇지 않아서 곤란했습니다. 지금은 실직중입니다. 조카가 KT에 다니다가 나와서 무슨 회사의 사장이 됐습니다. 불러서 못하게 했습니다. 이사 이상 절대 하지마라, 하면 세무조사 하는 등 가만히 안둘꺼다 했습니다.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중국영업에 전념하는 기술이사입니다.

아들딸은 전혀 대통령 자식 행세 할 생각 안합니다. 걱정 안됩니다. 그래도 걱정되고 불편합니다. 잘 관리하겠습니다. 민정도 다 할 수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겠다고 한데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정도의 과오가 드러나면 뭔가 책임을 져야합니다. 당연한 도리입니다. 게다가 제가 스스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재신임받겠다고 약속하고 매듭 못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10분의 1의 약속도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회창 후보도 책임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지금은 탄핵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책임을 이행할 것인가 고심해봤습니다.

야당은 자리내놓으라고 하고, 저도 자리걸고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자리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구차하게 잔꾀를 부리지도 않겠습니다. 권력은 마약이라고 합니다. 잡으면 놓치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않을겁니다. 권력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옛날처럼 사리사욕을 위해서 친인척을 위해서 마구 쓸 수 있는 권력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미운 사람 따로 불러서 혼내주고 정계개편을 하고 당적을 옮기게 하고 하는 어떤 위력도 없습니다. 매력이 없습니다. 강렬한 포부와 열정, 그리고 한국 그리고 우리 국민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책임감이 아니면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의 연속입니다. 특히 오늘 한국의 대통령 자리가 그렇습니다. 사심을 가지고 연연할 이유가 없는 자리입니다. 한편으로는 대단히 무거운 자리입니다. 안위를 관리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책임져야할 자리입니다. 책임을 지되 국정혼란과 불안이 없도록 신중하고 질서있게 그렇게 해나가겠습니다.

제 결론은 총선 결과를 존중해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며 그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습니다. 그 결단의 내용과 절차는 오늘 말씀드리기엔 너무 중대한 문제여서 다음 입당 하든 안하든지 그런 계기에 소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방향은 이미 서 있습니다만, 말씀은 그때 드리겠습니다.

왜그렇게 하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국민투표는 좌절했기때문에 다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갈등과 혼란 매듭짓고 정국안정시킬 방안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가겠습니다.

질문하실 게 있을것 같아서 저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제가 허물이 있는 만큼, 잘못이 있는 만큼 바른자세로 열심히 해서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성실히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정치수준이 과오가 있어 노무현처럼 떳떳치 못한 사람은 곤란하다, 하는 수준으로 국민들이 인식하실때 언제든지 결단을 내리겠습니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 판단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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