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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할리우드의 최루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결혼해 자녀를 가질 때 그때부터 여자의 인생은 시작된다.달리 표현하면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멈춘다.』-할리우드의 연기파 메릴 스트리프가 그려내는 현대판 「여자의 일생」이 미국(美國)을 울리고 있다.로버트 왈러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 를 영화화한『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할리우드판 「최루탄」이다.소설속에 묻힌 수다한 사연과 감정의 갈등을 표정과 몸으로 재현해내는메릴 스트리프의 연기앞에 관람석은 「눈물바다」다.준비해온 클리넥스로 연방 눈물을 닦아내고,영화가 끝난 뒤에도 휴게실 모퉁이에서 계속 훌쩍거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연출에다 주연까지 맡은 이 영화는 이미 오스카상 10개부문 후보에 올랐다.「현대의 로맨틱 고전(古典)」「가장 지적(知的)이고 감동과 영감을 자아내는 러브 스토리의 하나」라는 찬사가 쏟아진다.서부의 총잡이, 악질형사「더티 하리」로 악명높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햄릿의 고뇌로 사랑의애절함과 뭉클한 영감을 안긴다.「만천하 여성에게 바치는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선물」이라고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50대 카메라맨인 로버트 킨케이드는 사진취재현장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마지막 카우보이」다.아이오와州 시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촬영하러 왔다 남편과 두 자녀를 둔 40대 후반의 프란체스카를 만난다.단 나흘간의 사랑이 프란체스카의 우주를 바꿔놓는다.「또다른 세계」로의 유혹속에 울부짖다 그를 따라나서지 않고 「아내와 엄마」로 머문다.가정과 사랑하는 그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로간에 소식을 모르지만 둘의 마음은 그들만이 창조한 세계에20년을 머문다.둘의 유해가루가 차례로 뿌려지는 그 다리는 어느새 「눈물의 다리」다.
얼핏 이 불륜(不倫)의 사랑에 너도 나도 훌쩍이는 이유는 무엇일까.프란체스카는 『내 인생을 가정에 바쳤다.그리고 나머지를로버트에게 바쳤다』는 말을 남겼다.남편 생전에 로버트를 수소문하지도 않았고 로버트 역시 그런 그녀 곁을 얼씬 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남편 역시 아내가 다른 꿈을 가진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꿈을 실현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임종때 남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피안(彼岸)의 세계,그를 향한 애틋한 동경과 의연한 영적(靈的) 승화가 뭇사람을 울린다.폭력과외설 시비로 또 한차례 술렁이는 할리우드에 때맞춰 터진 찡한 최루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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