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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 회장 “DMZ를 옐로스톤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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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방한한 홀 힐리(사진) DMZ(비무장지대)포럼 회장은 잔잔한 나무 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나무로 CO2(이산화탄소)가 들어가고 O2(산소)가 나오는 디자인의 넥타이는 그가 환경운동가라는 걸 잘 보여줬다.

DMZ포럼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NGO)다. 1998년 재미 한인 학자 두 명이 설립했다. 취지는 “DMZ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생태적·문화적 유산을 한국인이 보존하도록 돕는 것”이다.

힐리 회장은 “지구상에 DMZ처럼 반세기 이상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면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지구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DMZ는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돼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고고학적 유물도 많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철새 100여 종류가 몽골·중국에서 DMZ를 거쳐 베트남·호주까지 날아간다. ‘통로’ 역할을 하는 DMZ가 훼손되면 일부 새는 멸종될 수 있다”며 DMZ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한국의 분단에 관여했던 만큼 이제는 DMZ의 보존에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힐리 회장은 지난해부터 ‘DMZ연대’를 구상했다. DMZ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자연과 문화 유산을 남기기 위해 정치·외교·환경·생태 전문가 및 단체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해외에선 국제두루미재단과 야생동물보전협회, 테드 터너와 터너재단, 노틸러스연구소, 남아공 평화공원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 조류 전문가인 노리타카 이치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아시아지부 부회장 등 각계 인사와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지방자치단체·연구소·정치인·학자 등이 참여한다.

힐리 회장은 지난주 방한 기간 동안 국내 참가자들과 만나 향후 활동 방안을 논의하고, 경기도 파주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등 DMZ 인접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DMZ연대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DMZ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강조했다. 분단·이산·전쟁 등 과거 아픔의 상징이면서 청정환경·자원과 같은 긍정적인 미래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문제는 오랜 기간 개발이 제한돼 왔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주민과 환경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균형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코 투어리즘(환경 테마 여행)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들었다. 깨끗한 물과 자연, 동물과 식물을 볼거리로 삼아, 환경을 지키면서 일자리와 세수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환경이 돈을 벌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옐로스톤을 꼽았다. 연간 예산은 4500만 달러(454억원)에 불과하지만, 지역 경제 규모는 15억 달러(1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국경지역이었기 때문에 오랫 동안 미개발지로 남은 곳의 생태자원을 활용해 접경 공원(transboundary park)을 조성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소개했다. 접경 생태공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5개가 있고,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미 공군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힐리 회장은 기업인으로 일하다 5년 전 DMZ포럼에 참여했으며, 2006년 회장을 맡았다. ‘DMZ연대’의 조직이 완성되는대로 연구과제를 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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