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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Ⅰ투자의봄] ‘비즈니스 프렌들리’ 훈풍에 기업들 움츠렸던 가슴 쫙 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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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신발 끈을 다시 바짝 조여 매고 있다. 올 들어 약속이나 한 듯 투자와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마다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며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마치 화사한 봄을 맞아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기업들의 이런 활력은 미국발 금융 불안과 원자재 값 폭등 같은 ‘꽃샘추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명박 정부 출범이 화신(花信)이 돼 줬다.

◇‘기업가 야성(野性)’되살아난다=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600대 기업(금융·보험사 제외)의 투자 총액은 92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지난해보다 14%나 늘어나게 된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세 번째로 높은 투자 증가율이다. 새 정부가 쏟아 내는 기업 친화적 정책이 기업 경영에 훈풍이 돼 줄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특히 제조업의 투자 증가율(15.1%)이 모처럼 비제조업(12.6%)을 앞지른 것이 고무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가 본격 상승세에 진입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투자는 한 자릿수 증가(5.1%)에 그쳤다. 전경련의 이승철 전무는 “올 들어 안팎의 경영 환경이 매우 나빠지고 있지만 투자 의욕이 꺾이지 않고 있다”며 “역시 기업인들에겐 사기와 우호적인 분위기가 투자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싱크탱크의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법인세율 감면, 수도권 규제 완화, 출자총액제 폐지 등 재계의 해묵은 ‘민원’을 풀어줄 경우 기업 투자 증가세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천지를 찾자=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무한도전’도 뜨겁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내년 초 LPG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또 최근엔 신흥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LG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성공적인 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태양광 사업을 전담할 LG솔라에너지를 설립했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 4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도약이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석유는 물론 유연탄·구리·금 등 주요 천연자원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 최종 목표다. GS그룹은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초일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삼성도 그룹 신수종 발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신재생에너지·나노·바이오 첨단소재 등 주력인 정보기술(IT)사업의 바통을 이을 신천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효성 그룹은 풍력과 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와 금융·전자소재 쪽으로 영역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STX 그룹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내세운 해외시장 개척과 더불어 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성공의 주문’을 건다=기업마다 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경영 혁신 방안 마련을 통해서다. 이는 본지가 삼성, 현대·기아차, LG, 포스코 등 국내 30대 기업을 상대로 2008년 ‘혁신 경영안’ 마련 여부를 점검한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영 혁신은 기존의 관습과 조직·방법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비즈니스 기법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를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명 유지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너나 할 것 없이 올해 새로운 경영 혁신 방안을 내놨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포스코 등 10개 그룹의 경우 조직원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소속 임직원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조직과 회사도 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미래를 위한 도전’을, 포스코는 ‘새로운 성공신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특검으로 위기 상황을 맞은 삼성도 지난해 마련한 ‘창조적 혁신’만은 흔들림 없이 지켜 간다는 의지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경영 화두로 내건 그룹도 5개나 된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롯데),‘Goal 2011’(한화),‘글로벌 일류기업 구현’(두산) 등이 세계 경영 원년을 외친 대표 기업들이다. 구체적인 실천 목표를 경영 혁신으로 내건 그룹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주가 10만원대 만들자’를 내걸었다. CJ는 ‘스피드 경영과 짠 경영’을 혁신의 타깃으로 정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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