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 총재 사상 초유의 공석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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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이 사상 초유의 중앙은행 총재 공석 사태를 맞았다. 19일로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야 대립으로 결국 후임 총재를 정하지 못한 것이다. 전날 일본 정부는 차기 일은 총재로 다나미 고지(田波耕治) 일본국제협력은행 총재를 내정하고 인선 안을 참의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참의원은 19일 임명 동의안을 125대 112로 부결시켰다. 민주당 등 야당은 앞서 12일 무토 도시로(武騰敏郞) 일은 부총재의 인선안도 부결시켰다. <본지 3월 14일자 e1면>

야당의 반대 이유는 두 후보 모두 재무성 사무차관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 총재로 적합지 않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무토를 반대한 입장에서 다나미를 승인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세 번째 후보를 내세워야 할 처지가 됐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는 시라카와 마사이키(白川方明) 부총재가 총재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정치력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가 연거푸 관료 출신을 지명한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협조적인 인물을 총재로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금융 리더십 부재’에 국내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최근 엔-달러 환율이 1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일본 금융시장은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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