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登輝총통 訪美후 美.中.대만관계 긴장고조-중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급속한 美中관계 악화로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적 역학(力學)구도가 복잡미묘한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美행정부와 의회의 계속된 중국견제 조치에 맞서 중국이 실력대응 불사 방침을 굳히는등외견상 국제무대에서 양국간 힘겨루기 가능성이 차 츰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미(訪美)허용을 포함,反中정책을 펴는 한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로 맞선다는 중국 당국의 거듭된 경고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션궈팡(沈國放)중국 외교부대변인이 『앞으로 미국에 가해질 잠재적 부작용이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이미 李총통 방미허용 직후 美주도의 미사일기술통제협약(MTCR)논의 중단을 선언,사실상 미국 골탕먹이기에 착수했다.미국이 총력을 기울여 가까스로 국제적 합의단계로 끌어올린 핵확산금지조약(NPT)합의내용 무효화 선언을 신중히 검토중이며,내년 발효예정인 포괄적 핵실험 전면금지조약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경제적 보복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눈엣가시인 이란등과협력유대관계를 강화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이다.중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중동문제에 개입한다면 미국이 짜놓은 현재의 중동평화 구도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한반도 카드」사용여부.대만系 홍콩언론들이주로 거론하는 한반도 카드 사용론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지금까지와 달리 비협조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적 원조를 강화,미국을 곤경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외교가는 중국이 한반도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극도의 「민감지대」인 한반도 정세불안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직접 위협이 되며,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남북한 군사적 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게 중국지도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더욱이 중국의 대북(對北)군사원조 재개는 6대 경협국인 한국을 비롯,미국.일본등 이해당사국들의 공동대항을 초래하는등 미국의 對중국 견제에 대한 「맞불」을 놓는다는 당초 구도를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마찰을 각오해야 한다.따라서 현재 로선 중국이최대수출先(총수출 3분의1이상)이자 세계무역기구(WTO)가입등에서 협조를 구해야 하는 미국과 끝내 실력대결을 벌임으로써 국제적 긴장을 「부활」시키고,나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개혁.
개방정책을 결정적으로 짓밟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北京=文日鉉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