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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미혼모에서 해외입양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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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출산을 며칠 앞둔 미혼모,엄마가 가출한 결손가정출신.가족의 무관심과 10대 사춘기 소녀에게 손짓하는 유혹과 호기심,주변에서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무분별한 성관계,같은 학급 남학생과 대수롭지 않게 맺은 관계가 빚어낸 비극.
어린 몸으로 아이를 낳아 자신이 기르지 못하고 버려야만 한다는 죄책감에 앞서 배부른 자신의 모습이 밉기만 하다는 중학교 3학년 16세 소녀.
『건전한 가정환경과 우리 자녀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랑이있다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택에 자리잡은 미혼모 보호원「에스더의 집」 이성희 원장의 말이다.『미혼모를 우리와 무관한 특별한 부류의 여자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요.우리딸,우리 누이 동생들도 미혼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원장은 청소년들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요즈음 이곳에 입소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교육 수준은 높아갑니다.』 14,15세 소녀들이 만삭이 돼 입소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며 대학 교육까지 받은 미혼모들이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들의 삶을 누려가는데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고는 쉽게 『좋은 집이나 찾아 주세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서는 것을 보면 사회가 걱정스러워진다고 한다.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94년 버려진 아이(기아) 3천1백67명(미아1천8백56명제외)중에는 태어나 어머니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외면당한 미혼모의 사생아가 약 80%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서울서대문구창천동 동방아동복지회 영아 일시보호소에는 부모들이친권을 포기한 58명의 기아들이 간호사와 보모들의 보살핌 속에모두 새 부모를 찾고 있다.지난해 동방에서 새집을 찾아준 아이들은 9백여명.이중 60%는 해외로,나머지는 국내에 입양시켰다고 한다.보건복지부 통계로도 지난해 전체 입양아 3천4백69명중 35%선인 1천2백7명이 국내 입양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보내졌다.해외 입양이 본격화된 58년부터 36년간 13만여명을 해외로 입양시켜 「버려진 유아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94년 미국 이민국 통계에서도 한국아는 미국 전체 입양아 8천1백95명중 22%인 1천7백95명으로 계속 1위였다.아직도 우리나라가 「고아 수출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 는 가장 큰 이유는 미혼모를 비롯해 버려진아이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고,국내 입양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 입양 관계자들의 말이다.입양대상아의 80% 정도가 미혼모의 사생아라는 점과 전체 입양대상아의 40% 정도가 미숙아를 포 함한 선천성 장애아라고 한다.이를 볼 때 국내 입양의 어려운 점은 미숙아나 장애아를 기피한다는 것과 양부모가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도 단단히 한몫한다고 동방아동복지회 김영복 부장은 설명한다.국내에선 대부분 친자로 호적에 입적하는 관 계로입양아의 성별.출생일.혈액형.건강상태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하며,부모의 핏줄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신분이 분명하지 않은 미혼모나 강간으로 출생하는 아이도 꺼린다는 점이다.
동방아동복지회 사무실에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해외 입양기관에서 시찰오는 사람들과 입양아를 직접 데리고 가려고입국한 양부모들,그들의 얼굴은 한결 같이 밝고 활기에 차있다.
우리 아이들을 입양해 가는 외국인들을 보면 국내 에서 입양하는내국인들의 자세하고는 너무나 다르다고 한다.어떠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 해도,뇌성마비만 아니면 모두 해외 입양이 가능하다는것이다.그들이 내세우는 입양의 희망사항은 아이의 나이와 성별정도.신체적 결함이나 성별을 떠나 하나의 독립된 인격을 소유한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는 외국의 입양 문화.
『너무 행복해요.하나님이 주신 이 고귀한 새 생명을 보세요.
우리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거예요.』호주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필립 위시 윌슨(32)과 간호사라는 부인 다나가 동방아동복지회에서 아이를 받아 안고는 몇번이고 되풀이하는 말이다.이 들에게 입양가는 최창우(남),95년1월22일생,20세 학생인 미혼모의버려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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