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밍홈>액세서리에도 복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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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6월의 화사한 햇살이 뜨락에 가득한 서울 역삼동 동광단지 이미경(李美京.37.주부)씨네 2층 기와집.
3m나 돼 보이는 높은 담장 위에 흐드러지게 핀 빨간 넝쿨 장미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서울 강남에서도 번화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이지만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40여평 남짓한 잔디밭 마당에 들어서면 공원에라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벽난로와 고가구가 있는 李씨의 10평쯤 되는 거실도 빛깔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무드는 비슷하다.
『남편(개인사업)이 아파트라면 질색을 해요.땅을 밟고 살아야한다는 거예요.그래서 지난 88년 이 집을 지었어요.나무를 많이 사용했기때문에 아기자기하고 반짝이는 맛은 없지만 늘상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아요.』 李씨의 말마따나 처마에도 나무판을 붙였고 거실 천장도 서까래가 드러난 형상이어서 한층 자연스러움을 더해 준다.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큰 유리문과 돌로 꾸민 벽난로,3년전장안평에 있는 고가구업자에게서 구입한 70년 묵은 소나무 재질반닫이,국자에 담은 호롱,선이 단순한 미니 테이블과 푸른 색 녹이 슨 황동 촛대 등으로 장식된 거실 또한 고풍스런 멋이 일품이다. 『시부모 모시고 국민학교 6학년과 4학년인 두 아들 뒤치다꺼리 하다보면 특별히 여가 시간을 즐길 틈도 없어요.짬이나면 장안평이나 반포 터미널 지하상가에 들러 고가구나 오래된 소품을 구입하는게 큰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실 군데군데 놓여져 있는 촛대들도 어느것 하나 같은 모양인 것이 없다.뿐이랴.흔히 지나쳐버리기 쉬운 베틀 부속품들마저 얌전히 들어앉아 말없이 아스라한 저편의 세월을 담아내고 있다.
거실 한쪽에 해묵은 돈궤짝이 있는가 하면 질그릇에 담긴 작은화초들,질그릇으로 된 스탠드등이 서로 알맞게 어울려 토속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안방에도 드레스 실이 따로 있는 탓도 있지만 고가구 반닫이가있을 뿐 번듯한 장롱은 없다.
다만 편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방과 화장실은 현대식이다. 『고가구나 오래된 소품을 대하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요.거실에 있는 반닫이는 전남 나주에서 쓰던 거래요.생각지도 못한 지역에서 수십년간 쓰여지던 가구라는 생각을 해보면 시간과공간을 초월한데서 오는 묘한 느낌이 들때가 많아요.』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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