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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상전벽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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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결승 3번기 제2국>
○·박영훈 9단( 1패) ●·이세돌 9단( 1승)

제5보(55~62)=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이세돌 9단이 쓴웃음을 지으며 55로 물러선다. 이런 맥에 걸리다니 오늘은 운이 없는 날. 55는 ‘참고도1’ 흑1로 몽땅 잡고 싶지만 그건 욕심에 불과할 뿐. 백2로 빠진 뒤 전형적인 조여 붙이기에 걸려들어 흑은 졸지에 뚱뚱한 포도송이로 변하고 백은 10까지 날씬하게 살아버린다(6, 7, 9는 먹여 치고 따고 잇기). 속살을 다 내준 흑은 대마 공격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A쪽의 약점과 B의 반격이 있어 잘 될 리 없다.

바둑은 상대적인 것. 한쪽이 시들면 다른 한쪽은 피어난다. 56이 바로 그렇다. 백이 이 시점에서 ‘참고도2’처럼 귀나 차지하고 말았다면 그건 손에 쥔 황금을 구리로 파는 짓. 오랜 노고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56은 정곡을 찌르는 한 수로 이때가 백의 전성기였다. 56을 잡으려고 ‘참고도3’ 흑1로 버티는 것은 백2가 기다린다. C와 D가 맞보기.

57로 잡은 것은 그나마 최선이었으나 62까지 흑 천지였던 좌변이 백 천지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는 상전벽해의 형국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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