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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날씨정보 日서 '다케시마' 날씨로 둔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상사업자 '웨더뉴스'의 한국 법인은 인터넷에 한글로 독도의 날씨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내용은 도쿄 본사가 운영하는 일본어 사이트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온도 및 강수확률 등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나 일본어 사이트에서는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다.

이 업체가 제공하는 독도의 날씨 정보는 한국 내 민간 기상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상청에서 받은 독도 관측 및 예보자료다.

기상청(청장 정순갑)은 국내 42개 관측지점의 기상정보를 정부간 국제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에 제공해 회원국과 기상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도는 42개 관측지점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일본 내 기상사업자가 독도의 기상정보를 제공하려면 한국 기상청의 독도 관측자료를 입수해야 한다.

일본 기상청은 오래전부터 독도 상공 및 해역을 자국 내 기상레이더의 관측 범위에 포함시켜 기상관측을 해오고 있다. 레이더는 해당 지역의 상공을 지나는 비구름의 분포나 흐름을 파악하는 장비로 현지의 온도나 강수량은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에서 독도 현지의 기온과 강수 정보를 파악하려면 한국 기상청이 독도의 기상관측을 위해 1996년 3월 24일부터 독도 현지에 설치 운영중인 무인 자동 기상관측장비(AWS) 관측 자료 입수가 필수적이다. AWS는 기온·풍향·풍속·강수량·기압을 관측하는 무인 관측장비로 매 1분마다 기상청 컴퓨터로 자동으로 전송한다.

현재 기상청은 국내에서 관측한 거의 모든 기상정보를 기상법에 따라 민간사업자에게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국적 기상사업자의 한국 법인도 기상청으로부터 기상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독도 AWS 관측 데이터는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컴퓨터를 거쳐 기상사업자 컴퓨터로 넘어간다.

도쿄에 본사를 둔 웨더뉴스(아래)는 한국법인(위)이 기상청에서 받은 독도 기상관측 데이터를 가져다 관측지점명을 ''죽도(다케시마)''로 변경하고,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점을 홍보하는 데 쓰고 있다.


문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얻은 독도의 기상관측 자료가 일본에서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도 둔갑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본 일본 국민은 당연한 영토의 일부로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독도 날씨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웨더뉴스 한국법인은 1997년 7월부터 기상청 관측 및 예보 자료를 받아가 쓰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기상청은 이 문제에 대해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기상관측 자료를 제공받은 기상사업자가 기상관측 지점의 명칭을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명석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우리가 관측한 자료를 가지고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는 점을 알리는데 악용한 것”이라며 “기상 데이터 판매시 계약서에 우리 기상 관측지점의 명칭을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기상청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외교통상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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